유전자 조작 제한, 치료보다 윤리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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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보건안전윤리법(가칭) 시안은 세계적으로 윤리성 논란을 빚고 있는 인간 복제와 유전자 조작 등에 대한 우리 나름의 포괄적인 기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이의경 부연구위원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보다 더 보수적인 시각에서 법안을 만들었다" 고 말했다.

◇ 유전자 조작 금지=유전자 조작은 포괄적으로 금지됐다.

우선 인간과 동물의 난자와 체세포를 뒤섞어 키메라, 즉 반인반수(半人半獸) 를 만들지 못한다.

또 불임부부가 임신을 목적으로 만든 냉동 수정란 중 폐기하는 수정란의 간(幹) 세포를 조작해 인공 장기를 만드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최근 서울 마리아병원이 이 방법으로 심장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다만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가생명안전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 연구 목적이거나 유전적 결함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통과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수정란의 유전정보를 조작해 우성(優性) 인자를 가진 인간을 만드는 행위도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사체(死體) 로부터 생식세포(정자와 난자) 를 추출해 수정란을 만들거나 미성년자의 생식세포를 이용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현재 더러 행해지는 비배우자간 인공수정 행위도 국가생명안전윤리위원회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도록 했다.

남편의 정자에 결함이 있을 경우 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남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할 수는 있다는 얘기다.

◇ 유전자 정보 철저관리=유전자 검사를 하려면 본인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고 유전자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양도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며 누설해서도 안된다. 유전자정보의 수집.보관.관리.이용 절차는 시행령에서 규정할 예정이다.

◇ 유전자 치료=가령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부위를 정상적인 유전자로 조작해 소위 ''치료 공장'' 을 만드는 행위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 가능하도록 했다.

유전성 질환과 에이즈 등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의 경우 다른 치료 대안이 없거나 유전자 치료의 효과가 뛰어나다고 예측할 때만 제한적으로 유전자 치료를 허용했다.

시안은 또 인간복제를 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등 엄격한 벌칙조항을 마련했다.

또 유전자 치료제를 제조 또는 수입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모든 국민은 유전적 특성을 이유로 국가로부터 불임시술이나 임신중절을 강요받지 않는다는 조항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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