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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1년 내 로켓 재발사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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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1년 안에 다시 위성 발사를 시도할 수도 있어요. 국제적으로 위성 발사용 로켓은 보통 두 개 이상을 만들고, 실패 원인 규명에 6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물론 국제 정치의 역학 관계가 변수가 되겠지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 조광래(53·사진) 단장의 얘기다. 그는 20여 년간 위성 발사용 로켓 개발에 주력해온 베테랑이자 로켓 분야의 권위자다. 1, 2차 나로호 발사에 이어 10월로 예정된 3차 발사 책임도 맡고 있다. 북한이 로켓 발사에 실패한 지난 13일 대전 대덕의 연구실에서 조 단장을 만났다.

 -은하 3호의 실패 원인은 무엇인가.

 “20조각 정도로 부서진 점을 보면 공중 폭발한 것으로, 우선 1단 로켓의 결함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실패 원인을 어떻게 규명할 것 같나.

 “로켓 잔해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로켓에 심어 놓은 센서로부터 발사 전부터 폭발 때까지 시시각각 받은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느 정도 원인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러시아·중국 군함이 로켓 잔해 찾기에 나서고 있다.

 “운이 좋으면 모를까 20조각 정도로 부서진 잔해를 찾는다고 해서 실패 원인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북한의 로켓을 분석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일본이 태평양에서 잔해를 수거해 실패 원인을 밝힌 사례를 빼곤 그 같은 목적으로 해저를 수색하는 일은 드물다.”

 -북한의 은하 2호는 2009년에 3000㎞를 훨씬 넘게 날았다. 은하 3호의 실패는 기술 퇴보인가.

 “그렇지는 않다. 로켓 기술은 실패를 겪으면서 더 발전한다. 수백 번 로켓 발사에 성공한 러시아도 최근 들어 잇따라 실패했다. 똑같은 공장에서 똑같은 기술자들이 만든 같은 종류의 로켓이라도 매번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북한의 로켓 기술의 수준은.

 “위성 발사체를 가지고 있는 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일본·인도·이란 등과 비교하면 가장 뒤처진다. 하지만 1단 로켓을 보면 자체 개발을 하지 못한 우리보다는 한 수 위다. 또 발사장 건설과 로켓 관련 모든 사항을 독자 개발하고 있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기술 수준과 좀 더 비교한다면.

 “우리나라는 1단 로켓을 제외하면 로켓 경량화, 유도제어기술, 통신기술 등은 북한에 뒤지지 않는다. 1단 로켓도 시스템화하지만 않았을 뿐 우리도 추력 30t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처럼 이 엔진 4개를 묶으면 은하 3호보다 성능이 좋다. 연료도 우리가 쓰는 캐로신(등유)이 힘을 5~10% 더 낸다. 이건 큰 차이다.”

 -은하 3호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라면 그 완성 시기는 언제가 될까.

 “북한은 이번에 완성을 목표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실패로 당분간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조광래 박사가 본 북한 로켓

● 6개월 안에 실패 원인 규명한 뒤 재발사 시도할 수도

● 공중폭발한 것으로 봐서 1단 로켓에 결함 가능성

● 새로 건설한 동창리 발사대는 이번 발사 때 제 역할 해

● 서해에서 로켓 잔해 건져도 실패 원인 규명은 쉽지 않아

● 발사 실패했다고 은하 2호보다 기술 퇴보했다고 볼 수 없어

● 모든 것 독자 해결하는 북 로켓 기술, 우리보다 한 수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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