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의원 출마하려면 교수직 휴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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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교수의 정치 참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에도 폴리페서란 말은 있었지만 대개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는 교수를 뜻했다. 하지만 올해는 아예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교수가 많아졌다. 이번 총선에 지역구에 출마한 교수만도 30명 정도다. 6명만 당선됐지만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15명이 교수 출신이다. 반면에 수업권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과, ‘해도 너무했다’고 비판하는 교수들도 늘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인 호문혁 교수는 며칠 전 “국회의원이 되려고 선거철에 연차를 내고 붙으면 국회로, 떨어지면 다시 돌아오는 건 연구와 교육 모두에 지장을 준다”고 비판했다.

 교수의 정치권 참여가 전적으로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교수의 책무 중 하나인 ‘사회봉사활동’의 일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학생 수업권이 방해를 받고, 학내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여야 한다. 특히 선출직 출마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출마한 교수들은 대개 휴직하지 않고 선거운동을 하기에 학생들은 제대로 된 강의를 받지 못한다. 휴강 아니면 대강(代講)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당선되면 더 큰 문제다. 의정활동 준비로 바쁘기도 하거니와 설령 휴직하더라도 학생들은 4년 내내 시간강사로부터 수업을 듣는다. 대학원생의 피해는 훨씬 더 크다. 논문 지도 교수를 바꾸거나 전공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교수의 공직 참여가 비교적 활발한 미국도 이 정도는 아니다. 임명직 공직 진출로 휴직 기간이 2년을 넘으면 사직하고, 선출직에 나서는 교수는 처음부터 사직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폐해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교수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게 옳다. 교수직을 출세의 징검다리로 삼는 교수들이 더 이상 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18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계류 중인 ‘폴리페서 방지법’부터 처리하자.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교수직을 사퇴하고,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휴직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교수들도 정치할 요량이면 교수직에 미련을 가져선 안 된다. 최소한 선거운동 할 때만이라도 휴직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