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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령 뚫리고 데이트 명소 된 양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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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5일 오후 양구군 양구읍 정림리 박수근미술관. 승용차 3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에 빈 곳이 별로 없었다. 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10여명의 관광객이 작품을 둘러봤다. 이곳에서는 박수근의 그림 그리기 기법을 느낄 수 있는 ‘화강암과 흙벽에 새긴 마음의 풍경’이란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제1전시실 건물 위와 박수근의 산소가 있는 야트막한 산에도 10여명의 관광객이 봄을 즐기고 있었다. 춘천에서 왔다는 허모(36)씨는 “배후령 터널이 개통돼 30여분 정도면 양구에 올 수 있다”며 “거리가 가까워 이곳을 데이트 코스로 잡았다”고 말했다.

 춘천시 북산면과 화천군 간동면을 잇는 국내 최장(5.057㎞) 배후령 터널이 지난달 30일 개통된 후 양구와 화천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꼬불꼬불하고 경사가 심한 고갯길로 사고 위험이 높았지만 터널 개통으로 이런 위험이 사라진 데다 차량 운행시간도 8분가량 단축되면서 나들이에 부담이 없어진 것이다. 덕분에 일부 음식점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또 음악회를 기획하는 등 관광마케팅에 나선 곳도 있다.

 14일과 15일 박수근미술관을 다녀간 관광객은 640여명. 배후령 터널 개통 전 주말과 휴일인 3월 24~25일 227명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미술관은 터널 개통 이후 관광객이 늘자 당초 8일까지 계획했던 전시기간을 15일까지 1주일 연장했다. 엄선미 학예연구사는 “보통 4월 말이 돼야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찾는데 올해는 배후령 터널 개통으로 이달 초부터 관광객이 몰려 오고 있다”며 “관광객이 실망하지 않도록 더 알찬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증가한 곳은 이곳뿐 아니다. 지난달 24~25일 방산자기박물관을 찾은 관광객은 41명에 불과했으나 배후령 터널 개통 후인 3월 31일과 4월 1일에는 130명으로 증가했다. 국토정중앙천문대, 양구통일관 등을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음식점 매출도 늘고 있다. 양구읍 학조리 양구재래식손두부의 경우 주말과 휴일 1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영춘(33)씨는 “이 정도의 매출은 관광 성수기인 4월 말 이후의 매출과 비슷한 규모”라며 “터널 개통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블루베리 농장인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 채향원은 24일 농장에서 해와 달의 콘서트를 연다. 농장은 콘서트를 매달 넷째 주 화요일마다 열 계획이다. 김응수(55)대표는 “길이 좋지 않을 때는 이 같은 마케팅을 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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