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프록 실버스푼 "록 갈증 확 풀리죠"

중앙일보

입력

그룹 이름과 같은 타이틀의 데뷔 앨범을 들고 나온 4인조 남성 밴드 '실버 스푼'은 분명 만만치 않은 록그룹이다.

핌프록과 하드코어 스타일의 음악을 담은 이들의 앨범을 대하면 한국 록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젊은 가요팬들은 모처럼 시원하면서도 깔끔하고 힘있는 록을 구사하는 실력파 신인 그룹을 만난 기쁨을 만끽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철(19.보컬), 오경(18.베이스), 칸(20.기타), 미호(23.드럼)로 구성된 이 록밴드의 데뷔 앨범 제작을 총괄한 이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록커 중 한 명인 가수 김종서.

김종서는 약 1년 6개월 동안 두 명의 보컬이 '엄청난 연습과 앨범 제작 작업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팀을 떠나는 홍역을 치르면서 무명의 신인 그룹이 작사·작곡·연주·노래를 스스로 해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완성도 높은 앨범 제작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대중에게 성큼 다가설 것이 확실한 이 앨범의 탄생에 대한 칭찬은 김종서보다는 무명의 네 사내에게 돌려야 할 것 같다.

제작을 총괄한 김종서의 역량도 탁월하지만, 이 음반의 완성도가 전적으로 그의 덕이라면 이 밴드는 실버 스푼이 아니라 제2의 김종서 밴드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앞으로 김종서가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충분히 음악적 난관을 뚫고 나갈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흠잡을 데 없는 연주 실력과 매끄러운 랩, 작곡 능력 등이 그 증거다.

핌프록과 하드코어는 물론 대중 취향의 록발라드와 펑크 스타일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들에게 또하나의 벽은 서태지다. 일단 앨범 발매 시기부터 좋지 않았다.

이들은 "서태지가 핌프록 한다니까 너도나도 핌프록이고 하드코어다"는 일부 평자들의 비아냥이 너무 억울할 듯하다.

사실 핌프록과 하드코어가 서태지의 전유물도 아닐 뿐더러 이들의 음반 제작 작업 일정은 서태지의 컴백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것이었으므로.

그러나 어떻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음악과 서태지의 그것을 비교할 것이다.

서태지의 저 놀라운 대중적 인기를 딛고 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특히 가사와 보컬 스타일 면에서 좀 더 차별화한 뭔가가 필요한데 이들에겐 잠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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