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동에 숨어있는 맛난 중국집, 초류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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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무교동이라고 불리우는 '다동' 일대. 조흥은행 건너편 LG화재 사옥 뒷쪽을 말한다.

이 동네는 눈에 보이는 식당은 참 많지만 실제로 입에 짝짝 달라붙게 맛있는 음식을 내주는 곳은 별로 없다. 잘 뒤져보면 구석구석에 몇몇 맛집이 있으니 거기를 잘 알아두면 시내 갔을 때 갈 만한 식당이 없어서 헤매지는 않을 터.

LG화재 건물의 을지로쪽 옆길을 보면 10미터쯤 앞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보인다. 편의점이 있는 넓은 골목으로 쓱 들어가서 100미터쯤 걸으면 왼쪽에 '삼덕약국'이 있다. 약국옆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자. 골목이 점점 좁아져서 끝나갈 때쯤 빨간색으로 '초류향(楚遊香)'이라 적은 약간 보기드문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간판을 지나쳐 몇걸음만 걸으면 오른쪽에 맛난 중국집 '초류향'이 정말로 나타난다. 골목 생김만 보면 이런 길 끝에 중국집이 있을 것 같지 않지만 믿음을 갖고 꿋꿋이 걷다보면 정말 나타난다.

이 집은 이런 구석데기에 숨어있기에는 아까운 집이다. 숨어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나는 알고 왔다, 그러므로 나는 대단해 (우헤헤) 뭐 이런 심리가 실제보다 더 맛있다고 느끼게 하는 게 아니다. 정말 맛있다. 시켜도 후회없을 메뉴는 시원한 삼선누룽지탕·뼈까지 씹어먹는 재미가 그만인 해삼갈비·매콤바삭한 라조기 등이지만 우리는 가난한 연인이므로 볶음짜장을 먹는다.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짜장으로는 만족할 수 없지 하는 분들은 짜장 하나와 요리 하나를 먹자. 하나만 고른다면 삼선누룽지탕이 좋다.

알음알음으로 소문이 났는지 늘 손님이 있다. 그래도 사무실 밀집지역이라 토요일 오후에는 한가하니 걱정말고 가도 된다. 단, 조금(과연 조금일까?) 지저분하다는 건 알고 가셔야 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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