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나라] 달라져야 할 학원야구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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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에 들어야 대학 특기생 자격이 주어지는 현 시스템에서는 승리지상주의가 판칠 수 밖에 없다.

전력이 강한 팀으로 봐서는 4강이 문제가 아니라 우승을 목표로 하기에 별 어려움은 없으나 고만고만한 전력을 가진 팀으로 봐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거의 모든 팀들이 한 경기 한 경기를 마치 전장(戰場)에 나서는 군인처럼 임한다. 이렇기 때문에 페어플레이가 점점 사라지고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일단은 이기고 봐야 한다는 풍조가 만연한 것이다.

전력이 엇비슷할 때 심판의 판정에 따라 승패가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심판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며 또한 그 권위는 절대적이다. 이런 점을 이용하며 적지 않은 학부모나 고교 감독들이 심판을 매수하려 한다.

심판 매수에 대해서 가장 알려진 사건은 지난 해 10월 당시 인천시 야구협회 심판 위원장 임아무개씨가 인천 모 고교 선수 학부모였던 장아무개씨에게 금품을 수수한 경우인데 밝혀진 부분만 하더라도 1995년부터 줄곧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사실이다. 극히 일부라고 믿고 싶지만 다른 심판들도 자유롭지 못한 걸로 안다.

아마 야구를 즐겨 보는 팬들은 야구장에 가면 심판의 판정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젓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제 3자가 보기에도 판정이 석연치 않은데 그 판정으로 손해 혹은 피해를 보는 측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는 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이런 경우 대개는 심판이 매수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심판매수설을 주장하는 대부분의 고교 감독이나 학부모 역시 자신들도 매수 경험이 있기에 확신을 하는 판국이다.

지난 해 청룡기 8강 전에서 부산고와 덕수상고와의 대결에서 부산고의 조성옥감독과 학부모들은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을 빌미 삼아 심판실에서 항의를 한 소동이 있었다. 중앙 무대에서 지방팀이라는 이유만으로 편파판정을 받았다는 주장이었는데 누가 봐도 심판의 판정은 불공정했다. 하지만 애매한 판정을 한 심판 대신에 조성옥감독이 야구협회로부터 1개월 간 자격 정지를 받았다.

이 밖에도 심판 판정을 둘러싼 항의 혹은 폭행으로 이어진 사건은 한 두 건이 아니다.

심판은 경기를 조율하는 감독관이며 엄정한 집행관이다. 이렇기 때문에 경기 내에서는 막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권리 만큼 경기를 깨끗하게 경기를 진행하는 책임과 공정해야 할 의무도 지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매수 받아 경기를 조작하면 그것은 범죄와 다름이 없다.

심판 매수 행위가 근절되기 위해서는 첫째는 전임 심판제를 도입해야 한다.
금전적인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심판들의 보수가 생각 보다 적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심판이 전문적인 직업이 되어 생계가 안정이 되며 여기에 따른 철저한 관리와 평가가 병행하는 전임 심판제는 심판들의 자부심과 함께 선수들에게도 신뢰성을 갖는 이른 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제도다.

둘째는 심판배정을 추첨으로 선택하는 방식으로의 개선(改善)이다. 어느 심판이 어느 경기에 투입되는 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대상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사전로비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최근에 급격히 떨어진 심판의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조장치도 필요하겠지만 심판 스스로가 비리에 굴하지 않고 소신있는 자세로 경기장에 들어서야 함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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