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화·대림등 7개업종 빅딜 1년… 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화와 대림이 자율적으로 석유화학사업을 합친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 1년이 됐다.
1998년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축이 돼 추진한 7개 업종의 빅딜은 삼성.현대간 유화 빅딜을 제외하곤 성사됐다.

한화.대림 빅딜 등 주인이 있는 사업들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항공.철도차량 등 회사를 합치는 데 그쳐 주인이 분명하지 않은 빅딜은 여전히 어렵다.
특히 철도차량통합법인은 지난 10월부터 노조 파업이 계속된 끝에 1일 직장을 폐쇄했다.

◇ 스스로 합쳐 시너지 효과〓한화와 대림간 빅딜은 외부 간여 없이 자발적으로 나프타분해공장(NCC)을 통합해 여천NCC를 만들었다.
또 저밀도폴리에틸렌(LDPE).폴리프로필렌(PP)의 경우 서로 경쟁력 있는 부문을 주고받아 잘하는 사업만 하도록 사업구조를 바꿨다.

그 결과 여천NCC는 연산 1백30만t으로 아시아 최대의 설비를 갖추고 원료 구입비와 간접비용.생산단가를 낮춤으로써 올 상반기 3백57억원의 이익을 냈다.
한화석유화학의 부채가 1?천억원(지난해 말)에서 1조6천억원(올 상반기)으로 줄어드는 등 두 회사의 재무구조도 나아졌다.
'한화석유화학 관계자는 "중복되는 설비 문제를 해소하고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고 평가했다.
'

◇ 주인있는 빅딜은 순조로워〓정유와 반도체 분야는 한화에너지와 LG반도체를 현대에 넘겼고, 선박엔진.발전설비 등은 한국중공업 중심으로 이뤄져 경영 주체가 명확했다.

현대정유가 인수한 인천정유(옛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45%였던 공장가동률이 현재 92%로 높아졌고, 올 상반기에는 흑자(29억원)로 전환했다.

선박용 엔진의 통합법인인 HSD는 2천2백55억원이었던 부채를 1천2백62억원으로 44% 줄였고, 인원도 1백80여명 감축했다.
발전설비도 삼성과 현대의 발전 설비를 한국중공업에 이관한 뒤 자산을 7백억원 정도 줄이고 과잉 인력도 8백여명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 주인없는 빅딜은 난항〓현대.대우.한진중공업이 참여한 철도차량통합법인인 한국철도차량㈜은 3사의 기존 노조가 그대로 존속해 '1사 3노조' 체제에서 노조들이 각각 단체협약 체결을 회사측에 요구했다.
또 전국의 5개 공장은 경영층의 교통정리가 없어 특화하지 못한 채 차량을 중복 생산해 하루평균 15억원의 적자를 보았다.
그 결과 통합 이후 해외수주 실적이 줄었고 프랑스 알스톰 등과의 외자유치 협상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현대.대우.삼성이 통합법인으로 만든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증자.외자유치 등 자금난 해소 대책이 막연한 상태다.
대우.현대 등이 자금난을 겪어 계획했던 1천억원의 증자가 이뤄지지 않은 채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 지난 3월부터 벌였던 보잉-BAE 컨소시엄과 석달째 끌어온 외자유치 협상도 최근 무산됐다.
'

◇ 과당 경쟁은 줄어〓발전설비의 경우 한국중공업이 삼성 창원공장을 선박용 엔진으로 돌리는 등 과잉설비를 해소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철도 차량은 덤핑 수주가 없어져 차량 가격이 대당 4억원에서 10억원대로 올랐다.

그러나 반도체나 정유는 과잉 설비를 줄이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이사는 "빅딜의 궁극적인 목표는 과잉설비를 해소하는 것이었는데, 설비는 그대로 둔 채 두 회사를 합침으로써 부채가 불어나 자금난을 겪고 있다" 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