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위기관리’ 모범된 채선당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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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 2월 18일 오전 1시 무렵 트위터에 ‘임신부인데 채선당 직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삽시간에 퍼졌다. 8시간 뒤 채선당 본사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는 한편으로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다음 날 채선당 대표와 임직원은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덕분에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채선당은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1위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수그러진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트위터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선당 측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했더라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는 회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고객·소비자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잘 보여준다. SNS로 대표되는 소셜테크놀로지는 ‘우리’라는 집단으로 존재하던 소비자를 ‘나’라는 개인으로 독립시켰다. 이른바 ‘앳미(@Me) 시대’의 도래다. SNS를 통해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마이크와 청중을 얻었다는 얘기다.

 SNS의 또 다른 특징은 속도다. 누군가의 글을 손쉽게 퍼다 나를 수 있어 순식간에 퍼진다. 진실이 가려지기도 전에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그래서 기업에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은 네 가지 방향으로 SNS를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둘째는 반응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다. 채선당이 ‘SNS 위기 관리의 모범’이 된 건 빠른 대응 덕분이다.

 가트너는 또 SNS를 통해 회사나 상품을 직접 홍보하는 것보다 SNS를 잘 아는 직원을 고용해 본인만의 색깔을 가진 주제로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고 댓글을 주고받는 것이 낫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기업 내부용 SNS를 도입해 직원들과의 소통에 활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야머’가 기업 내부용 SNS로 유명하다.

 지난해 열린 테크플러스 포럼에서 남궁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이젠 몇 억원짜리 전문장비로 찍은 동영상보다 집에서 몇 십만원짜리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더 많은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며 “앞으로는 소비자들과 소통 없이 기존 방식만을 고집하면서 ‘우리가 만들었으니 써달라’라는 식의 기업우선 논리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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