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용자들의 뉴 라이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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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구매 경험 많을수록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적고 TV 시청률은 크게 낮아져. 남성보다 여성 가입 증가 추세

미국 워싱턴주 쇼어라인시 교육청의 인사과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리자 가버그(40)는 3년 전 회사에서 e메일 계정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요즘 가버그는 가족·친지에게 줄 성탄 선물을 인터넷에서 구매한다며 자랑삼아 얘기하고, ADSL을 설치해 집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처음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개인정보와 신용카드 보안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녀는 “하루에 적어도 1시간 30분은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마케팅 종사자들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가버그처럼 인터넷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들은 주당 평균 9시간 반을 인터넷 접속에 할애한다고 한다. 가버그 같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사회학자들은 이들의 행동 및 구매 양식에 대한 자료를 앞다투어 수집하기 시작했다. 사회학자들은 신기술이 어떻게 생활 양식을 변화시키는지를 기록하고 보다 광범한 사회 변화 양상을 밝힐 계획이다. 가버그 같은 쇼핑객에 의존하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에는 이번 연구 결과가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인터넷 검색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애하는가. 인터넷 사용으로 독서량이 줄지는 않았는가. 정부와 대기업 중 누가 더 사생활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캘리포니아大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통신정책센터는 미국의 2천96가구를 대상으로 위와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에 냉정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소비자들은 전자상거래 업자들이 인터넷상에서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며, 특히 신용카드번호를 추적당하는 것은 아닌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조사 결과는 사이버 생활에 대한 포괄적인 시각을 제시해주며, 개인정보 및 카드번호 유출에 대한 우려는 인터넷 사용 경험이 많아질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통신정책센터의 제프리 콜 소장은 “2000년도 미국과 인터넷의 현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선명한 사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 사진에는 인터넷 인구 분포와 관련해 나타나는 급격한 변화들이 잘 나타나 있다. 콜은 “초기 인터넷 가입자들의 특징을 살펴 보면 부유하고 젊은 고학력 백인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가입자 특징을 보면 매우 고무적이다. 백인보다는 유색인종이, 남성보다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6% 이상이 현재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수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 인터넷 비가입자 중 40% 이상이 연내에 가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 현 사용자의 대다수(80% 이상)가 웹사이트 검색과 e메일 확인을 위해 접속한다고 응답했고, 57.2%는 취미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56.6%는 새로운 소식을 얻기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또 인터넷 사용자들은 일반적으로 비사용자들보다 다른 매체의 이용도가 높다. 이들은 신문과 책을 많이 읽으며 라디오와 음악을 많이 듣고 비디오 게임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전의 통계자료와 마찬가지로 UCLA팀이 발표한 수치에서도 인터넷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매체는 텔레비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비사용자들보다 텔레비전 시청률이 28% 정도 낮게 나타났다.

인터넷은 이미 사용자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사용자의 66% 이상이 인터넷을 중요한 정보 소스로 생각한다. 이에 비해 TV는 53.1%, 라디오는 46.8%로 집계됐다. 놀랍게도 인터넷 사용자들은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4.7%가 인터넷의 대부분, 또는 모든 정보가 신뢰할 만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인터넷 정보의 신뢰도는 높더라도 인터넷이라는 매체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매우 회의적이다. 콜은 “조사 자료를 다각도로 분석해봐도 사용자·비사용자, 그리고 사용기간에 관계 없이 개인정보와 신용카드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압도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사용자의 63.6%와 비사용자의 76.1%는 “인터넷에 접속하면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노출된다”고 생각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비사용자의 약 3%는 이런 우려 때문에 인터넷 접속을 기피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사용자들은 민간·공공 부문 중 어느 쪽을 더 의심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정부보다는 민간 부문 쪽이라고 답했다. 인터넷 사용자의 75% 이상이 직장에서 e메일과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 감시당한다고 생각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타기업의 감시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콜은 “인터넷상에서 우려의 대상은 정부에서 기업이나 마케팅 종사자들로 바뀌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구매 물품들이 기록되고 방문 사이트가 추적되며 자신들의 컴퓨터에 ‘쿠키’가 심어져 사생활을 감시당하는 것이 아닐까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소매업체들에는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겠지만 신용카드 보안 문제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우려는 훨씬 심각할지도 모른다. 거의 모든 인터넷 사용자들(91.2%)이 신용카드 보안에 대해 걱정한다고 답했다. 콜은 “사람들은 신용카드 보안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인터넷을 멀리하지는 않지만 사이버상에서 구매활동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 남성은 57%가 사이버상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데 비해 여성은 45%로 나타나 남성보다 여성이 더 경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인터넷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다. 매사추세츠州 케임브리지의 포레스터 리서치는 전자상거래량이 2005년께 2천6백9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00년도 추정치 4백48억 달러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 액수다. 인터넷 사용자의 51.7%가 현재 인터넷 쇼핑을 한다고 답했는데 그중 약 25%는 매달, 약 9%는 매주 물건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자상거래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인터넷 사용자의 15% 정도가 인터넷 구매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4.5%의 사용자가 구매량의 33%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인터넷 사용자들의 보안 걱정은 인터넷 이용 경험이 많아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미만 사용자 중 약 75%가 보안 문제에 대해 ‘매우 우려된다’고 답한 데 비해 4년 이상 된 네티즌 중에는 46%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또 인터넷 이용 시간이 늘수록 사이버상에서 신용카드번호를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미만 사용자 중 약 25%만이 단 한차례 구매해 봤다고 답했지만 4년 이상 사용자 중에서는 그 비율이 71%였다. 그리고 인터넷 쇼핑객 절반 이상이 앞으로 ‘전자상거래를 더욱 자주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콜은 “시간을 절약하고 판매원과 접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들이 전자상거래 애용자들의 발길을 끄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 아이의 어머니인 가버그는 남편과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관해 상의도 했지만 인터넷 쇼핑을 계속했다. 그녀는 “인터넷은 정말 멋지고 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결국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인터넷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멋지고 편하고 빠르다는 것만으로도 보안 문제를 덮어두고 인터넷을 계속 이용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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