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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 속 소나무의 모든 것

중앙일보

입력

한국인의 문화를 소나무의 문화라고 이야기합니다.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 소나무 껍질로 빚은 송기떡을 먹고 자라, 죽을 때는 소나무로 만든 관에 누워 죽는 게 한국인의 인생이라는 거지요. 소나무에 대한 우리의 애정은 예로부터 지극했었지요. 조선 시대에는 존송(尊松)이라 하여 소나무를 존경하기까지 했으니까요.

대하소설 '백정'(정동주 지음, 우리문학사 펴냄)의 작가 정동주 님이 '한국의 마음 이야기'라는 부제로 '소나무'(정동주 지음, 거름 펴냄)라는 책을 냈습니다.

"마음 속에 푸른 당산 소나무 숲이 드리워져 있는 한 고향은 소나무 마음으로 살아 있는 것이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이란 그들 마음에서 늘푸른 소나무가 사라진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인의 마음엔 언제나 한 그루의 푸른 솔이 서 있습니다."(이 책 7쪽에서)

지은이는 이 책 한 권에 소나무의 모든 것을 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삼국유사와 제왕운기에 나오는 신단수, 당산 나무가 곧 소나무였다는 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소나무는 바로 우리 한국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우리의 소나무입니다.

지은이는 우리 산천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기 위해 전국 산천을 돌아다녔더군요. 백두산 미인송에서부터 제주도 곰솔까지 그의 입담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 신화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담긴 소나무 신화까지 찾아낼 정도로 소나무에 관한 한 모든 것을 이야기합니다.

소나무를 소재로 하여 쓰여진 시문들 또한 지은이의 입담에서 빠질 수 없었지요. 조선시대의 한시에서부터 윤선도의 '오우가', 박목월의 '윤사월'까지 소나무를 그려내는 시문들을 모두 끄집어냅니다. 또 소나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그림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비롯해 소나무가 등장하는 그림들도 아우릅니다. 소나무를 소재로 한국인의 정서를 엿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끄집어내겠다는 심사였겠지요.

소나무가 어떻게 쓰였는가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 봅니다. 왕의 관을 만드는 데에 쓰이던 황장목, 마을 어귀를 지키는 장승으로 쓰인 소나무 등이 그것들이지요. 조경수로도 많이 쓰였던 소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옛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 보고 있습니다.

사진작가 윤병삼 님의 사진 작품은 소나무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사진들입니다. 사진 만으로도 우리 문화 속의 소나무가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 왔는지 새삼 생각해 볼 만 합니다.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 이 글에서 함께 이야기한 책
'백정'(정동주 지음, 우리문학사 펴냄)
'소나무'(정동주 지음, 거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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