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메인 정책세미나, 혼란스러움만 재확인

중앙일보

입력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28일 서울 강남 나라종금빌딩 대강당에서 한국인터넷정보센터와 인터넷기업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한글도메인 정책방향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결같았다.

강당을 가득 메운 1백50여명의 방청객이 이날 세미나에 높은 관심을 가진 이유는 간단했다.

`문제가 생긴 한글.com 다국어도메인은 어떻게 처리되는가'', `한글도메인과 관련한 혼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같은 점은 직접 도메인을 등록하고 사용해야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시급한 당면과제였던 것.

이에 반해 국내에서 도메인에 관한 모든 업무를 맡은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측의 주제발표 내용은 내년에 시행할 예정인 한글.kr 도메인에 집중돼 있었다.

다국어도메인서비스의 문제점에 대한 대응방안조차도 `.kr도메인 등록시 기존상표권 소유자에게 선등록 기회를 주겠다'' 또는 `다국어도메인 서비스를 타산지석으로 삼겠다''는 등 동문서답 격인 내용 뿐이었다.

현재 KRNIC이 다국어도메인 문제에 대해 가진 입장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는 것.

실제로 KRNIC이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에서 꾸준히 발언권을 높이려 애써 왔지만 기본적으로 .com과 같은 최상위도메인에 대한 사항은 ICANN에서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KRNIC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다.

그럼에도 자칫 `무대응''으로 비칠 수 있는 이날 세미나에서의 주제발표 내용에 대해 참석자들은 "KRNIC이 선의의 피해자 구제 방안은 도외시한 채 사업만 벌이려 한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글.com 등록을 통해 본 한글.com의 문제점 및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발표를 맡은 도메인 동호회회원 예호근씨의 지적처럼 "정부차원의 적극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 사용자층에서 형성되고 있는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도메인 때문에 생기는 지금의 혼란을 하루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일반인에게 도메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줄 뿐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자신을 A사의 전산실무자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이런 저런 도메인을 다 가지려 애쓰기보다는 차라리 광고 한 번 더 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방법인 것 같다"며 세미나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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