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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초등학생 자녀와 재미있게 신문 읽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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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안경화 강사(가운데)가 정은진씨 댁을 방문해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NIE 노하우를 알려줬다. 설명을 들은 어머니들은 “NIE를 하려면 엄마가 유연성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명헌 기자]

■신청 사연= “큰 아이가 초등 2학년인데, 학교에서 NIE 과제를 내줍니다. 신문 기사를 읽고 난 뒤 요약 한 줄, 느낌 한 줄 써보는 식인데요. 아이가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할 수 있는 다양한 NIE 방법을 알고 싶어요.”

이번 주 ‘찾아가는 NIE’는 정은진(36·여·서울 서대문구)씨 댁을 방문했다. 정씨는 아들 김민준(서울 명지초 2)군의 NIE 노트부터 보여줬다. 노트 왼쪽에는 신문 기사를 오려 붙이고 오른쪽에는 기사에 대한 요약과 자신의 생각을 적으며 공부한 흔적이 보였다. 정씨는 “NIE가 좋다는 건 알겠는데, 이제 초등 2학년이라 벌써 시작하는 건 너무 빠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신문 기사를 읽을 시간에 아이의 학력에 맞는 책을 보며 지식을 쌓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딱딱한 기사를 억지로 읽다 보면 글 읽기를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라며 우려도 표했다.

정씨는 “신문을 활용하는 기본 방법부터 알고 싶다”고도 말했다. “기사 한 단락 읽다 보면 모르는 단어가 서너 개씩 나와요. 이걸 하나하나 찾아보며 읽는 게 좋은지, 엄마가 설명만 해도 되는지부터 혼란스러워요. 기사는 안 읽고 사진만 보고 직관적인 느낌만 얘기하는 게 교육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고요. 전문가의 설명이 듣고 싶습니다.”

■이렇게 해 보세요=안경화 NIE 전문 강사가 정씨 집에 도착하자, 정씨 외에도 민준이 또래의 자녀를 둔 어머니 6명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 모두 정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던 터라 안 강사에게 궁금증부터 쏟아놓기 시작했다. 신미경(43·여·서울 서대문구)씨는 “신문 기사에는 어른들의 비리나 범죄에 대한 내용도 많아 아이들에게 읽히기 겁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박정미(39·여·서울 서대문구)씨는 “선거나 기상이변 같은 내용에 대해 이야기 좀 나누려 하면 아이의 관심사가 딴 데로 튀어버린다”고 하소연했다. “자꾸 엉뚱한 질문을 하는 아이와 옥신각신하다 감정만 상할 때가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안 강사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 하는 NIE는 2년 이상 꾸준히 지속해야 성과를 볼 수 있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하루에 한 가지씩만 알아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머지않아 시사 현안에 대해 토의·토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아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권한 NIE의 첫 번째 방식은 사진 활용이다. 신문에 실린 수많은 사진 가운데 ‘엄마에게 주고 싶은 선물’ ‘나의 기분과 비슷한 사람’ ‘내 미래 모습’ 등을 찾아보게 하는 식이다. 최근 신문에는 선거철을 맞아 다양한 인물의 표정과 포즈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표정 일기’를 써볼 수도 있다. 웃는 얼굴과 당황한 얼굴, 찡그린 얼굴 등을 순서대로 오려 붙이고 ‘기분 좋게 학교에 도착했는데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은 걸 깨닫고 당황했다. 앞으로는 매사에 신중해져야겠다’는 내용의 글짓기를 해볼 수 있다. 신문에는 계절감각을 느낄 수 있는 사진도 실린다. 봄을 알리는 꽃망울,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등 생동감 있는 사진을 ‘동시 짓기’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3·1절이나 충무공 탄신일 등 기념일이 되면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기획 기사도 자주 실린다. 신문 두세 면에 걸쳐 역사적 사건과 관련 인물에 대한 정보가 사진 자료와 함께 세세하게 다뤄진다. 안 강사는 “이런 기사는 모아뒀다가 엄마가 먼저 읽고, 아이에게 재미있는 에피소드 위주로 얘기해 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흥미를 느낀 뒤에 기사를 보여주면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꼭 읽었으면 하는 부분엔 엄마가 미리 밑줄을 그어 두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NIE에 적합한 기사 내용에 대한 설명도 이뤄졌다. 안 강사는 “극악한 범죄나 비리에 대한 내용은 되도록 다루지 않는 편이 낫지만, 아이가 궁금해 할 때 부모가 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정보를 아이 혼자 인터넷에서 읽는 것보다 신문 기사로 정제된 내용을 읽은 뒤 부모와 함께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안 강사는 ‘부모를 죽인 패륜아’에 대한 기사를 초등 2학년 학생과 함께 읽었던 경험도 들려줬다. 안 강사가 ‘왜 이런 범죄가 일어나게 됐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자 학생이 ‘자녀가 잘못했을 때 부모가 눈물을 흘리면서 바른 길로 가라고 충고해 주지 않았나 보다’라고 안타까워했다는 얘기다. 그는 “신문 기사를 중심으로 자신의 가정 환경, 독서 경험 등을 융합해 이야기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엄마들이 NIE를 무서워하지 말고 꾸준히 시행하다 보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북돋워줬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위한 NIE

Q. 어떤 기사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A. 사진으로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 단순히 사진 보여주기가 아니라 ‘○○에게 주고 싶은 선물 찾기’ ‘내 기분과 비슷한 사람 골라 이유 설명하기’ 등 아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활동 주제를 제시해 주면 된다. 사진 자체가 기사인 경우도 많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를 보여주는 사진은 사진설명이 곧 기사다. 짤막한 기사를 베껴 쓰는 것만으로도 좋은 NIE 활동이 될 수 있다.

Q. 기사에 나오는 어려운 단어는 하나하나 사전 찾는 게 맞나요?

A. 아이에게 긴 기사를 모두 읽게 할 필요는 없다. 엄마가 읽고 내용을 설명해 주는 편이 낫다. 기사에서 꼭 읽었으면 하는 부분에 밑줄을 그어 놓고 그 대목만 읽게 하면 된다. 아이가 단어에 궁금증을 보이는 경우에는 꼭 사전을 찾아보고 내용을 확인한다.

Q. 아이가 주제와 관련 없는 질문을 하는데

A. 엄마 입장에서는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지만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아이의 질문을 징검다리 삼아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된다. 엄마가 생각한 교훈적인 결론에 도달하려고 아이의 호기심을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Q. 범죄나 비리에 대한 기사는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지 않은데

A. 인터넷 시대다. 아이가 관심 있는 내용이라면 부모가 막아도 스스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인터넷에서 확인되지 않고 자극적인 정보를 찾아보게 하느니, 정제된 신문 기사로 부모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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