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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심판도 심판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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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달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경기심판 위원들이 구단 관계자와 함께 녹화 화면을 보며 판정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다. [김진경 기자]

“-0.2점에 해당하는 부적절한 판정이라고 봅니다.”

 “저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아니다. 프로축구 심판위원회의 토론 장면이다. 심판들이 냉정한 평가 무대에 오른다. 올 시즌부터 철저한 ‘등급 심사’와 ‘심판 승강제’를 통해 자정(自淨)에 힘쓴다.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되면서 심판 판정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서다. 가장 큰 변화는 심판위원회에 16개 구단 관계자들이 번갈아 가면서 참석한다는 것이다. 경기심판위원 4명과 구단 관계자 2명은 주말 경기가 끝나면 매주 월·화요일에 모여 경기 영상을 다시 본다.

 출전 심판은 8.4점을 기본 점수로 평가를 받는다.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페널티킥을 선언했다면 수십 번씩 돌려보며 정당성을 평가한다. 판정이 부적절한 경우에는 최대 감점인 -1점을 받는다. 평가가 끝났을 때 8.6~8.8점 정도라면 꽤 높은 등급이다. 7점대를 받았다면 경기 중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판정을 실수한 경우다. 판정뿐 아니라 신체 능력도 평가 대상이다. 이영철 심판위원은 “심판이 판정하기 어려운 위치에 가 있거나 잘 뛰지 못한다면 체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해 감점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프로축구연맹에 소속된 40명의 심판은 매 라운드 평가를 받는다. 44라운드를 세 번으로 나눠 A~D등급을 조정한다. 등급에 따라 수당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심판들도 경기 중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D등급 주심은 A등급 주심 수당의 43% 정도밖에 못 받는다. D등급 심판은 경기 배정 횟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생계와 직결된다. 또 시즌이 끝나면 심판도 종합 심사를 통해 승강제가 이뤄진다. 낮은 등급을 받은 심판들은 2부리그로 내려가고 그만큼 경기 수당도 줄어들게 된다.

 박용철 프로축구연맹 홍보부장은 “이젠 시즌 중에도 최대 두 번 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며 "D등급에 머문 심판들이 등급을 올리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공정한 판정이 나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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