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미분양 줄이기에 입주민들과 마찰

중앙일보

입력

일부 아파트 건설업체가 미분양 물량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를 할인하거나 전세로 전환하자 기존 입주민들이 반발, 곳곳에서 마찰이 일고 있다.

27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내 42곳 아파트의 5천4백여가구가 최고 3년 이상 미분양 상태다.

건설업체들은 자금난이 심해지자 분양촉진을 위해 분양가 무이자 융자나 할인, 전세 전환 등을 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기존 입주민들은 형평에 어긋나고 아파트 가격 하락을 부채질해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며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북구 용봉동 신동아아파트는 총 3백91가구 중 미분양 1백73가구에 대해 재분양에 나서 분양가를 2년 전 처음 분양 때보다 평균 13% (8백50만~1천8백만원)
내렸다.

주민들은 재분양을 받아 이사오는 사람들을 아파트 정문에서 막고 이삿짐이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주민 대표 徐모씨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할인해 분양, 우리들의 재산권을 침해했다" 며 "주민과 합의가 될 때까지 새로 이사올 수 없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로 분양받은 20가구 중 4가구가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서구 풍암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9월부터 24평형 6백28가구 중 미분양 2백가구를 전세로 바꾸려는 고려산업개발측에 맞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세 계약자 16가구 가운데 15가구가 이사를 방해받거나 이웃간 불화를 우려해 계약을 취소했다.

회사측은 최근 주민들을 상대로 업무방해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긴급히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절박한 실정인데, 집단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서구 유촌동 상무버들마을 주공아파트 2단지 주민들도 최근 3차례 시위를 했다. 주공이 일반분양이었던 인접 1단지를 지난 4월 임대로 전환, 2단지가 이미지 하락 등으로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한편 풍암지구 남양.금호아파트 등은 기존 입주민들의 반발을 우려, 분양가를 명시적으로 할인하지 않는 대신 무이자 융자 (분양가의 50%를 2년간)
나 선납 할인 등을 통해 10%를 깎아주고 있다.

천창환 기자<chunc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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