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쿠르 등 올 프랑스 주요 문학상의 이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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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1월이면 프랑스의 모든 서점 진열대가 붉게 물든다.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전시된 책들이 저마다 '○○상 수상작' '××상 수상 영예' 등의 광고 문구가 씌어진 붉은 띠를 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쿠르상을 비롯한 15개 주요 문학상 수상 발표가 10월 말부터 11월 중순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평년작' 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올해 역시 14일 엥테르알리에상을 마지막으로 모든 문학상 수상 발표가 막을 내렸다.

올해 프랑스 문학계의 최대 이변은 신문 서평란에 가장 많은 페이지를 장식했던 프레데릭 베그베데르의 소설 '99프랑' 이 아무 상도 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출판사 그라세의 광고 물량공세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엥테르알리에상 후보로 선정되는 막차를 타기는 했으나 파트릭 푸아브르 다르보르의 소설 '우유부단아(L' Irresolu) ' 에게 영예를 넘겨줘야 했다.

1987년부터 13년 넘게 프랑스 TF1 TV 방송의 8시 뉴스 앵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푸아브르 다르보르는 20권 가까운 저서를 발표한 중견 작가이기도 하다.

제3공화국 초반의 프랑스 사회상을 그리고 있는 역사 소설 '우유부단아' 는 그가 96년 발표한 '철새영웅(Un hero de passage) ' 의 연작이다.

푸아브르 다르보르는 "방송기자로서 어떠한 상을 탔을 때도 지금처럼 즐겁지는 않았다" 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보다 더 기뻐하고 있는 게 출판사 알벵 미셸.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베스트셀러의 보증수표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쿠르상 수상작인 장 에슈노즈의 소설 '나는 떠나리(Je m' en vais) ' 의 경우 난해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39만부나 팔렸다.

출판사는 창고 속의 재고로 남아있던 '철새영웅' 의 먼지를 털어 '우유부단아' 와 함께 판매전을 벌이고 있다.

시장에 주는 영향력 때문에 해마다 루머가 난무하고 로비와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지만 올해는 "문학상 선정이 대체로 공정했다" 는 게 프랑스 문학계의 자체 평가다.

주요 문학상 가운데 올해 공쿠르상은 장자크 쉴의 '엥그리드 카방' 이 수상했으며 12월상은 앙토니 팔루의 '카미유' , 페미나상은 카미유 로랑의 '그 품안에서' , 메디치상은 얀 아페리의 '음악 속의 악마' , 르노도상은 코트디부아르 출신인 아마두 쿠루마의 '알라는 강요되지 않는다' , 프랑스 학술원상은 파스칼 키냐르의 '로마의 테라스' 가 각각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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