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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 무어의 16세 연하 전 남편 .. IT 투자자라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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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슈턴 커처(사진)가 영화에서 스티브 잡스를 연기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하필이면 만우절이었다. 사람들은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커처의 대변인이 다음 날 정색하고 이를 확인해 주자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커처가 잡스 역할에 가당키나 하느냐는 것이다. 미국의 각종 매체들은 심지어 그의 배역 적합성 여부를 놓고 온라인 여론조사까지 벌였다.

잡스가 대단한 사람이긴 하지만, 영화를 찍기도 전에 배역을 놓고 논쟁이 일어날 만큼 위대한 인물인가. 하물며 수많은 기독교 영화에서 예수의 배역을 놓고도 이렇게 시끄러웠던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커처가 할리우드에서 갖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적어도 잡스의 팬들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돌+I’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꼭 나쁜 뜻만은 아니다. 통념이나 편견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못하는 일이 없는 괴짜스러운 인간형. 열여섯 살 연상의 데미 무어와 결혼생활을 한 것만 봐도 범상치 않다.

그러나 그의 ‘돌+I’ 기질이 크고 작은 실수와 실언으로 이어진 적도 수차례다. 얼마 전 홍수로 큰 피해를 본 브라질 거리 한복판에서 서핑을 하는 듯한 익살스러운 포즈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가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전 부인 데미 무어가 이혼의 충격으로 병원에 실려간 시점과 맞물리면서 그의 ‘무개념’ 이미지는 한층 고조됐다.
그뿐인가. 지난해 말 유명 미식축구 감독이 수석코치의 아동 성폭행을 오랫동안 묵인해 온 이른바 ‘미국판 도가니 사건’이 터졌을 때 감독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하기도 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그가 아동 성매매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는 것. 말하자면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닌데 무언가 예측이 안 되고 앞뒤가 안 맞는 캐릭터다.

모델 출신의 그는 훤칠한 키에 수려한 용모를 가지고 있지만, 맡는 배역을 보면 어딘가 모자란 역할이 대부분이다. 외모는 조각미남인데 입만 열면 속된 말로 ‘홀딱 깨는’ 것이다. 그에게 유명세를 가져다 준 TV 출연작 ‘요절복통 70쇼’에서 그가 연기한 마이클 켈소 역시 다소 멍청하고 엉뚱한 캐릭터였다.

잡스의 팬들은 커처의 이 같은 ‘경망스러운’ 이미지가 잡스와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다. 하지만 잡스가 젊은 시절 장발에 마리화나를 즐기던 히피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번 캐스팅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선택은 아니다. 잡스는 젊은 시절 경험한 환각제(LSD)에 대해 “사물의 이면이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경험”이었다면서 사회적 통념을 비웃었다.

흥미로운 것은 커처가 연예인으로서는 드물게 정보기술(IT)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포스퀘어, 스카이프 등 다수의 IT회사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커처에 대해 “첨단기술 분야의 벤처캐피털 투자에 가장 능한 연예인”이라고 평한 바 있다. 말하자면 커처는 IT산업에 남다른 ‘촉’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연예인 중 하나다.

‘다르게 생각하라’는 애플사의 오랜 광고 카피가 말해주듯 잡스의 경영철학은 평범함보다 파격을 추구했다. 자서전을 통해 만나본 그의 성격 역시 무난하기보다 괴팍한 쪽에 가까웠다. 이런저런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커처가 잡스 배역으로는 영락없는 적임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김수경씨는 일간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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