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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부동산투기대책본부 뭐하고 있나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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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지난해 말 중앙일보조인스랜드가 주최했던 ‘세종시 투자전망 세미나’가 끝나고 나서 일입니다. 1300여명이나 몰려 성황을 이뤘던 이날 행사를 마치자 수십여명의 중개업들이 몰려와 참석자들에게 경쟁적으로 명함을 건냈습니다.

이전 대상 부처의 공무원인지, 투자 목적으로 관심을 두는지 묻고는 “방법이 있으니 연락을 하라” 하더군요. “청약에 당첨되면 연락하라”고 하거나 반대로 “떨어져도 연락하라”고도 했습니다.

누가 봐도 당첨되면 웃돈을 붙여 팔아줄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반대로 청약에 떨어져도 원하는 매물을 잡아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세종시 아파트는 전매제한이 1년이므로 그 안에 분양권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인데도 말입니다.

그 이후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하는 견본주택 주변이면 어김없이 이런 식으로 활동하는 중개업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올 초 세종시 현장을 둘러본 후배 기자는 불법 전매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더라는 말을 전해줬습니다. 작년 하반기 분양된 민영 아파트 분양권 10개 중 1개가 불법으로 전매됐을 것이라는 지역 중개업자의 말도 들려줬습니다. 불법 전매로 웃돈이 최고 1억3000만원까지 붙은 매물도 봤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미등기 전매’ ‘복등기’ ‘다운계약’ 등이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부동산투기방지대책본부는 상시조직 아니다

세종시의 불법 부동산 거래가 알려지면서 정부도 당황했는지 긴급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2월부터 부동산투기방지대책본부(투기대책본부)를 운영하기로 한 겁니다. 검찰, 경찰,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등 15개 기관 17명으로 이뤄진 이 투기대책본부는 상시적인 합동 단속 활동을 벌이겠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투기대책본부를 투기수사반(미등기 전매 등 부동산 투기행위 정보수집 및 수사), 투기조사반(투기행위자 세무조사), 투기단속반(중개업소의 투기행위 조사•단속), 시장조사반(부동산 거래 동향 조사•분석) 등으로 나눠 체계적인 단속을 약속했습니다.

그 후로부터 2개월이 지난 지금 세종시는 어떤 모습일까요? 여전히 불법 전매와 청약통장 거래를 유혹하는 현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엔 세종시 시내 곳곳에 ‘청약통장을 매입 한다’는 전단지가 붙어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당첨 가능성이 높은 해당지역 가입자 등의 청약통장을 사서 당첨된 후 이를 웃돈을 붙여 불법 전매를 하려는 겁니다. 청약통장을 사고 파는 것이 법으로 금지됐는데 말입니다.

그럼 투기대책본부는 뭘 하고 있을까요? 확인해 보니 2월 중순 합동 단속을 한차례 하고 아직 전체 모임 한번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번 달 회의가 예정돼 있고 그때 합동 단속 활동을 다시 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하던 대로 개별적으로 활동할지 결정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뭐 했냐고요? 정례적으로 만나는 상시 조직이 아니랍니다. 경찰은 경찰대로, 지자체는 지자체 대로 부서별로 기존에 하던 대로 각자 활동했다고 합니다. 각자 활동한 실적은 있을까요? 시원찮아 보입니다.

투기대책본부 관계자는 “몇몇 건수를 잡았지만 처벌한 건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경찰이 개별적으로 몇몇 건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혐의를 잡아도 부인을 할 경우 계좌추적까지 해야 하고 복잡해 쉽게 조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시인했습니다.

상시적이고 체계적인 합동 조사를 약속했으나 어디서도 그런 모습은 없네요.

세종시엔 9부 2처 2청 등 36개 중앙행정 기관, 1만여 명의 공무원이 2014년 말까지 이주합니다. 이미 10만명 정도가 이전했고 내년까지 14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국내서 가장 급속도로 성장하는 도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전할 공무원들은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집값이 계속 비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과 함께 이주하려던 것을 그냥 혼자 원룸 전세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공무원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네요.

세종시의 불법 거래는 이전할 공무원들의 주거환경을 열악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적발해야 합니다. 투기가 계속되면 도시의 안정적인 형성이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투기대책본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를 바랍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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