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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일본, 독도 얘기할 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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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김용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일본 외무성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외교청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명기했다. 우리 외교통상부는 주한 일본공사를 외교부로 불러 강력히 항의했으며, 또한 반복되는 일본 외교청서의 독도 관련 왜곡 주장에 대해 처음으로 외교통상부 대변인 논평을 냈다. 우리 정부로서는 논평을 낸 것 자체가 지난해에 비해 한 단계 강화된 대응조치다. 논평은 “일본이 그릇된 역사 인식의 포로가 되어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는 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는 공허한 구호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의 외교청서는 전년도의 국제정세와 일본 외교활동의 개요를 정리한 공식문서다. 1957년 이래 199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나왔다. 과거 영국 정부나 의회가 제출한 보고서 표지가 푸른색일 경우 ‘청서(blue book)’라 부르고 하얀색일 경우 ‘백서(white paper)’라 불렀는데, 이러한 전통이 세계로 퍼져 오늘날 각국 정부와 민간 부문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표지가 어떤 색이든 그 내용을 공식화하고 권위를 부여하고자 할 때 쓰이는 말이다.

 일본 외무성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외교청서에 수록되기 시작한 것은 1963년부터다. 이후 표현의 변화만 있을 뿐 독도 관련 왜곡된 주장은 계속되어 왔다. 간혹 몇몇 해인가에는 독도 관련 내용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다음해에 다시 독도에 대한 왜곡된 주장을 반복했다.

 지금까지 외교청서 속 독도 관련 기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아왔다. 초기에 ‘독도 불법 점거’(1971년판~1987년판)에서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1990년판~1992년판, 2000년판~2001년판, 2003년판), ‘독도는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일본의 영토’(2004년판~2005년판), ‘독도는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일본의 고유 영토’(2006년판, 2008년판~2011년판)로 정리되었다.

 이 외교청서에 독도 관련 내용을 넣고 빼는 문제는 일본 외무성이 정한다. 그 이유들을 일일이 다 알 수는 없다. 다만 한·일 수교를 앞둔 시점(1964년판과 1965년판), 제6공화국 출범과 서울 올림픽(1988년판과 1989년판),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김일성 사망(1993년~1996년), 한국 IMF 금융위기(1998년판과 1999년판), 한·일 월드컵 개최(2002년판) 등 한·일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기의 일본 외교청서에는 독도 관련 기술이 없었다. 전반적으로 한·일 관계를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 26일 일본의 노다 총리는 “핵 안전 보장 강화를 위해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핵안보정상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일본 문부과학성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고교 교과서의 검정 결과를 발표해 한·일 간의 협력 분위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이번 외교청서에 독도 관련 기술 내용이 2003년 이후의 것들과 별 차이가 없다면, 일본 외무성의 인식에도 큰 변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은 북한의 광명성 3호를 미사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외교청서 발표일 다음 날인 4월 7일과 8일에는 북한의 미사일 문제로 중국에서 한·중·일 외교부 수장 간 회의도 예정되어 있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한·일 간의 긴밀한 협력이 가능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독도 문제는 한·일 간의 역사 문제이자 교육 문제다. 즉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의 상징이자 미래 세대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교육 과제인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한·일 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일본 외무성이 2012년판 외교청서에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고 또다시 주장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일본 외무성의 각성을 촉구한다.

김용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