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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마라톤 … 끝까지 정정당당 레이스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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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봉주

42.195㎞나 되는 먼 거리를 자신과 싸워가며 달려야 하는 마라톤. 마라톤은 도전 그 자체다.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내 인생에서 최고는 역시 마라톤이다. 특히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마라톤은 메달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하루하루의 과정을 무시할 수 없는 운동이다. 장시간 페이스 조절을 하며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평상시 연습 과정이 경기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적당한 눈속임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는 선거도 마라톤과 같다고 생각한다. 후보자는 출마하는 순간부터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선거 과정에서 만약 법을 어기는 반칙을 한다면 당선의 꿈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수많은 지지자가 실망하게 되고, 출마 때의 초심도 허황된 물거품이 되고 만다. 후보자는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경쟁한다는 마음을 기본으로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어떤 유혹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나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앞서 뛰던 선수들이 넘어지는 바람에 덩달아 넘어지면서 경기를 망쳤다. 생각지 못했던 불상사였다. 선거에서도 이런 의도하지 않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위기의 순간, 후보자가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결국 페이스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애틀랜타 올림픽 때 나는 불과 3초 차이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렇지만 손을 흔들고 웃으면서 결승선에 들어갔다. 은메달이었지만 최선을 다한 값진 결과였기 때문이다. 19대 총선에서도 후보자가 공정하고 부끄럽지 않은 경쟁을 펼친다면, 그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권자들에게 박수를 받는 승자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이봉주 마라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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