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나라] 달라져야 할 학원야구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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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학원야구는 진정한 의미의 아마야구가 아니다.

취미생활이나 혹은 건전한 여가생활로 야구를 한다고 말한다면 광인(狂人)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부유한 환경에서 야구하는 학생들도 자신의 욕망과 함께 학부모 등쌀에 못 이겨 오로지 대학진학 혹은 프로진출에 목을 메달고 있다.

올해 초 일선에 있는 많은 대학감독들이 고교선수 학부모 혹은 고교감독에게 금품을 수수한 일이 발각되어 법의 심판을 받은 사건은 얼마나 학원(學園)야구가 곪아 있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성적이 좋거나 자질이 있는 선수라면 대학이나 프로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기에 편법을 생각하게 된다. 즉 인맥(人脈)이나 학연(學緣)등을 앞세우기도 하나 거의 대부분은 뒷돈으로 대학진학이나 프로진출을 거래해 왔다.

또한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하는 기계로만 성장해 왔기 때문에 인격 형성과 소양(素養)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한 지식 습득도 한계가 있어 대학을 졸업한 야구선수 중 한자(漢字)를 제대로 아는 이도 없으며 또한 쉬운 영어 단어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 하다.

프로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기 어렵고 또한 여건이 힘들어 결국 포기하고 말아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모르는 선수가 허다하다. 이렇게 되어 야구를 그만 두고 난 뒤 막막해 하는 경우 역시 쉽게 볼 수 있다.

더 이상 학원야구가 프로야구의 팜(farm)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원래 목표였던 지(智), 덕(德), 체(體)의 함양(涵養)에만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른 바 '검은 커넥션(connection)'도 사라지고 또한 야구기계로 자라나지 않게 된다.

이러기 위해서는 한국 역시 미국이나 일본처럼 마이너리그 혹은 2군을 강화해야 한다. 학원에서 모자란 야구기술이나 체력은 이곳에서 기초를 닦아 좀 더 세련되고 강한 선수로 태어날 때 프로야구 역시 발전이 있음을 모두들 알아야 할 것이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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