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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업 지상IR] ㈜태평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태평양은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부동의 1위 업체다. 국내 3백여개 업체가 있지만 1960년대부터 한번도 2위로 밀려난 적이 없다.

97년 외환위기 직후 업계 전체 매출이 20% 이상 줄 때도 이 회사는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선두자리를 다졌다.

최근에는 업종 대표주이자 경기 방어주라는 강점이 부각되며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 2만원이던 주가가 지난달 말 3만5천원까지 올랐고 최근에도 3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절반 가까이 빠진 것과 비교하면 상황을 짐작할 만하다.

태평양은 라네즈.마몽드.헤라 등 브랜드와 유통망, 그리고 제품 개발력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다.

화장품 전문점 시장과 방문판매 시장은 물론 외국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한 백화점 시장에서도 수위를 지키고 있다.

또 2백50여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연구소와 마케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력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외형뿐 아니라 내실도 좋아졌다. 영업 이익률이 95년 7.4%에서 올 15.6%로 예상되고 올 3분기 순현금이 5백38억원에 이르러 무차입 상태에 들어섰다.

또 90년대 중반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작, 증권.보험 등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청산함으로써 이른바 '그룹 리스크' 도 크게 줄어들었다.

지금도 광고업종 계열사인 동방커뮤니케이션 지분을 세계적인 광고회사인 BBDO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SK증권 하태기 기업분석팀 차장은 "레티놀.미백화장품 등 기능성 제품 개발을 선도했고 판매 경로별로 브랜드를 세분화 해 마케팅 경쟁력도 높다" 며 "앞으로 연간 5백억~6백억의 잉여현금이 쌓일 것으로 예상돼 재무상태도 우량하다" 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래의 영업전망에 눈을 돌리면 장애물도 많다. 우선 경기 위축으로 당장 내년의 수익성이 둔화할 우려가 있다.

참신한 이미지와 신제품 개발 능력을 갖춘 중소업체의 틈새시장 공략도 위협요인이다.

게다가 최근 로레알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국내에서의 고가 정책을 버리고 할인점까지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경쟁이 더 치열할 조짐이다.

이에 대해 태평양은 안에서는 방어하고 밖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주된 공략 대상은 우리와 전통과 문화가 비슷한 아시아, 특히 중국과 동남아다. 이를 위해 내년엔 중국 상하이에 새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 회사 프랑스 소재 자회사와 본사, 그리고 중국 공장을 네트워크로 연결, 20억 가까운 인구를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세계 유수업체들이 이미 파고 들고 있는데다 LG화학이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코리안 룩' 바람을 일으키는 등 국내 업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태평양의 견실 성장 여부는 결국 나라 안팎의 경쟁에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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