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등 주요대학 박사과정 미달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의 석.박사 지원율이 크게 떨어졌다.

학생들이 경기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일단 직장부터 잡고 보자" 며 학업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 15일 마감한 2001학년도 박사과정 정시모집에서 8백94명 정원에 9백2명이 지원, 평균 경쟁률이 역대 최저인 1.01 대 1로 나타났다.

사회대가 56명 모집에 26명이 지원한 것을 비롯해 인문대.자연대.농생대.약대 등 주요 단과대의 박사과정이 무더기로 미달됐다.

특히 '취업 보증수표' 로 경쟁률이 높았던 공대 박사과정도 지원자가 28명(12.7%)이나 미달돼 충격을 주었다.

서울대의 석사과정 경쟁률 역시 1.37 대 1에 불과, 1999학년도(2.56대 1)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공대 교무부학장 조유근(曺裕根)교수는 "우수한 학생들이 박사과정에서 많이 이탈해 걱정" 이라며 "만성화한 고학력 실업과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한 전망 속에서 취업의 길을 택한 이들을 무작정 말릴 수도 없지 않으냐" 고 되물었다.

한국외국어대 박사과정의 경우도 1백15명 모집에 99명만 응시해 미달됐으며 서강대 지원율도 지난해 1.88 대 1보다 떨어진 1.54 대 1로 집계됐다.

서울대 출신 박사학위 소지자의 취업률은 96년 93%에서 올해 85%에 그치는 등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특히 인문대의 경우 96년 71%에서 올해엔 31%로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박사과정 지원을 포기한 서울대 공대 석사과정 李모(28)씨는 "외국 대학 출신 박사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는데 전망도 불확실한 국내 학위를 위해 공부를 계속하자니 앞날이 불안해 학업을 포기했다" 고 말했다.

특히 올 박사과정 지원을 포기한 이들은 98년 외환위기 때 실업을 우려, 대학원으로 진로를 택한 91학번대 전후가 적지 않아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연세대 인문계열 석사과정 졸업예정자 金모(29)씨는 "98년에는 그나마 수중에 학비가 있어 석사과정에 등록했지만 이젠 돈이 떨어져 취업하는 길밖에 없다" 고 털어놨다.

경희대 입학관리처 장헌재 과장도 "98년처럼 올해도 취업난 때문에 대학원이 북적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학생들의 경제력이 한계에 달해 더 이상 추가로 몇 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것" 이라고 말했다.

채용정보회사 인크루트의 홍보팀 李경후씨는 "지난해 취업자 중 1%에 불과했던 석.박사 학위 소지자가 올해엔 7%까지 늘어났다" 며 "고학력 인플레 시대를 반영한 것" 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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