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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38곳 매월 20일이 두렵다 … 지원 없인 월급 못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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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기도 용인시가 2001년 12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추진했던 도시 경전철 사업. 사업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불거져 5일 이정문 전 용인시장이 구속되고 10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수원지검은 2011년 9월부터 6개월간 658명을 소환하고 16회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은 기지창에 서 있는 경전철 모습. [중앙포토]

인천시는 5일 송도국제도시에 유엔해비타트·유네스코 무형유산센터 등 국제기구를 유치하려던 계획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재정난으로 직원들 월급도 제 날짜에 주기 힘든 상황에서 국제기구를 유치할 여력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국제기구를 유치하면 한 곳당 연간 5억∼6억원을 지원해야 한다. 정태옥 인천시 기획관리실장은 “ 재정운용 여유가 없어 포기했다”며 “교량 등 경인아라뱃길 시설물에 대해서도 유지·관리비가 부담돼 인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의 재정난이 우려를 넘어 유동성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다. 빚이 많아 가용재원이 급감하고 있는데도 복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자체 수입으로는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는 기초단체들이 전국에서 38곳이나 된다. 이 중 전남에만 11곳이 몰려 있다. 전남 강진군은 자체 수입은 연간 200여억원인데 직원 인건비는 280여억원이나 된다.

 세수입이 든든한 단체들도 무리한 개발사업으로 위기에 몰려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 등에 돈을 물린 성남시는 2년 전 처음으로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해 모럴해저드 논란을 빚었다. 빚은 지자체들의 행정을 옥죄고 있다. 2조4000억원의 빚을 진 대구시가 올해 원리금 상환에 쓸 돈만 4531억원이다. 쓸 곳은 늘어나지만 세수는 줄고 있다. 일반회계 예산의 60%가 사회복지비인 인천 부평구는 지난해 직원들 월급 3개월치를 마련하지 못해 쩔쩔 맸었다. 인하대 정창훈(행정학) 교수는 “정치인 단체장들의 선심성 ‘한 건주의’가 재정 파탄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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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장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보여주기식 사업에 집착하는데도 지방의회가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 경전철 사업으로 5000억원대 빚더미에 앉은 경기도 용인시는 최근 4420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정부에 신청했다. 올 예산의 30%가 넘는 액수지만 경전철 공사비(5159억원)를 제때 주지 못하면 시 재산이 압류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경기도 화성시는 지난해 10월 완공한 종합경기타운으로 재정 파탄 위기에 몰렸다. 매머드급 경기장을 자체 예산(2870억원)만으로 건설하려다 지난 수년간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것이다. 복지비 증가도 목을 죈다. 광주광역시 남구청은 지난해 월급을 편성하지 못했다.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비가 우선 배정된 탓이다. 경기도는 올해 저소득층용 임대주택 물량을 돈이 없자 800가구에서 100가구로 축소했다.

 이달 초 전국 16개 시·도지사는 “지자체들의 재정난으로 6~7월이면 영·유아 무상보육이 중단될 것”이라며 전액 국비사업 전환을 촉구했다. 국회가 지난해 말 0~2세 영·유아 무상보육 대상을 하위 70%에서 모든 계층으로 확대하면서 지자체들이 3279억원을 부담하게 된 것이다.

정기환·정영진·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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