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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키우는 기업들 … ‘스스로 유리천장 만들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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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경기도 분당에 문을 연 ‘스마트 워크 센터’.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사무공간이다. 화상회의 시스템과 회의실, 여성 임직원을 위한 수유실 등이 마련돼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한데 모였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에 다니는 송모(40·여) 부장은 이달 초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심각하게 휴직을 고민했다. 1학년 때 다른 학부모들과 관계를 잘 맺어야 아이가 학교 생활에 빨리 적응하는데, 직장 생활 때문에 그게 잘 안 될 것 같아서다. 그렇다고 12년의 경력을 그냥 놓아버리기엔 아까웠다.

 이때 송 부장을 구원해 준 것은 ‘재택근무’였다. 아침에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엄마들과 눈인사도 나누고, 정보를 교류한다. 오전 시간 집에서 일을 하고 오후에 사무실에 나온다. 그는 “휴직을 했으면 경력이 단절되고, 나중에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한다는 마음의 짐을 더니 업무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 백모(34·여) 대리는 원격근무를 택했다. 사무실이 있는 경기 수원이 아니라 집에서 가까운 서울 역삼동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워크센터로 출근한다. 집과 사무실의 거리는 약 40㎞. 출퇴근 왕복 3시간여를 절약하게 되면서 가정 생활이 달라졌다. 그는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늘었고, 무엇보다 아이를 돌봐주시는 친정엄마가 병원 정기검진을 마음 놓고 가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일과 가정 모두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도록 서울과 분당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열었다. 초등생 이하 자녀를 둔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원격근무제도 시행했다. 지난달부터는 육아휴직 제도를 확대했다.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여성 임직원에게 적극적으로 조언도 한다. 삼성전자 DMC(완제품) 부문 원기찬 인사팀장(부사장)은 지난달 전체 여성 임직원에게 e-메일을 보냈다. 원 부사장은 “과거에는 여성이 남성들 속에 파묻힌 소수였지만, 지금은 개인이 노력하는 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됐으니 목표를 낮게 설정해 스스로 유리천장을 만들지 말자”고 제안했다. 또 앞으로는 여성의 감수성과 공감능력 같은 ‘소프트 파워’가 조직에서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하지만 소프트함과 과도한 겸손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면서 여성들에게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한국IBM은 1997년부터 여성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 워크숍, 임원 멘토링 등을 통해 여성이 리더십을 기르고 조직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체 구성원의 63%가 여성인 아모레퍼시픽은 동일 직종과 동일직급 간 남녀 임금 격차를 없앴다. 최근 2년간 416명이 출산휴가를 받았고, 전원이 복직했다.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에 1시간 단위로 선택적으로 출근하는 자율출퇴근제는 남녀 직원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일 ‘남녀고용평등 강조 주간’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유리천장(Glass Ceiling)

여성이나 소수민족 출신에 대한 조직 내 차별과 승진 상한선을 가리킨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986년 처음 사용했다. ‘높은 지위가 훤히 보여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올라가려면 유리천장에 막혀 좌절하고 만다’는 의미다. 91년 미국 정부는 여성과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유리천장 위원회’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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