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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지원관실 창설 멤버 이영호가 사실상 다 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2008년 중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설립 과정에 참여했던 당시 총리실 고위 관계자가 최근 검찰에서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창설 멤버는 이영호(48)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사실상 다 짰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이 지원관실 설립을 주도했으며 지원관실이 청와대의 ‘비선 조직’이었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라고 보고 수사 중이다.

 4일 검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 총리실 총무비서관 하모씨는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지원관실 설립 2개월 전인 2008년 5월께 고(故) 김영철 당시 국무차장이 이인규(56)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45) 총괄기획과장 등이 포함된 지원관실 창설멤버 명단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외부 인사들이 많은 건 문제’라고 항의했더니 김 전 차장은 나를 외면하면서 ‘이영호 비서관한테 말해 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하씨는 지원관실이 신설되면 정권 교체에 따른 대대적 조직개편으로 보직을 잃은 총리실 내 유휴인력들이 보직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지원관실 보직은 경찰·국세청·노동부·행정안전부 출신 외부 인사들로 충원됐다. 대부분 이 전 비서관과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 전 지원관은 노동부 출신, 진 전 과장은 노동부와 청와대 출신이었다. 하씨는 김 전 차장 말대로 직접 이 전 비서관을 찾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하씨는 “김 전 차장 말을 듣고 이 비서관을 찾아가서 ‘내부 사기 문제도 있어서 이런 인선은 곤란하다’고 말하자 이 전 비서관은 싸늘한 태도로 ‘이미 다 짜여진 일’이라고 쏘아붙였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지원관실은 김 전 차장이 주도해서 설립했고 나는 그와 몇 차례 상의만 했을 뿐이며 하씨와는 만난 적도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등은 이날 정정길·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 사찰 당시 청와대와 총리실 관계자 18명을 직권남용, 증거인멸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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