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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전·월세 상한제 합의 … 정년은 60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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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2012년 6월 4·11 총선에서 승리한 이들이 19대 국회로 모여들었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노고’를 치하했다. 총선 때 내걸었던 지역구 공약을 챙기려면 여야를 넘어 두루두루 원만해야 한다. ‘내 공약을 도와주면 네 것도 신경 써 줄게’ 하는 식의 로그롤링(logrolling), 즉 ‘통나무를 함께 굴리는’ 사이는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 정당도 마찬가지. 여야는 대선을 앞두고 날 선 대결을 펼쳤지만 공약 이행을 위해 때로는 힘을 합쳤다. 양당의 총선 공약 중 비슷한 것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여야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전격 합의한다. 새누리당 공약은 ▶전·월세 가격 급등지역에 ▶제한적으로 한시 도입한다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민주통합당(민주당)과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국토해양부는 “인위적인 시장 가격 규제”라며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법은 국회가 만들었다.

 물론 이건 상상이다. 그러나 현실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야의 총선 공약은 많이 다르지만 비슷한 대목이 꽤 있다. 민주당이 공약집에 “새누리당이 우리 정책을 흉내 내고 있다”고 쓸 정도다. 한양대 하준경(경제학) 교수는 “여야 공약의 최대공약수를 읽어보면 총선 후 한국 경제의 방향을 얼추 짐작할 수 있다”며 “국회·정부 논의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누가 이기든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흐름은 복지성 공약이다. 만 0~5세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당 10만~20만원의 양육수당을 받게 된다. 여야 모두 공약했다. 양육수당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게 주는 돈이다. 지금은 만 2세 이하의 차상위계층까지만 지원해준다.

 군복무 사병의 보수는 지금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오를 것 같다. 새누리당은 2015년까지 사병의 공통 월급을 두 배, 임무에 따라 받는 수당도 두 배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도 복무 기간 중 월 30만원 수준의 사회복귀 지원금을 적립해 제대할 때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기업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 역시 뚜렷하다. 여야 모두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한 단가 인하 규제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하도급 거래의 부당 단가 인하에 징벌적(세 배) 손해배상제도를 확대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은 한술 더 떠 점진적으로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전체로 징벌적 손배제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금융부자’ 범위도 넓어진다. 새누리당은 이자 등 금융소득이 연간 4000만원을 넘으면 적용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200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내려 대상자를 대폭 넓히겠다는 계획이고, 민주당은 3000만원으로 낮출 것을 예고했다.

 여야가 복지와 재벌 규제 공약을 앞다퉈 늘린 건 역시 표심(票心) 때문이다. 중산층 투표자의 마음을 얻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데, 이들의 마음이 예전보다 ‘좌클릭’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를 ‘중위(中位)투표자’ 이론을 통해 설명했다. 그는 “양극화로 최상위층에 소득이 집중됐다”며 “이 바람에 소득을 기준으로 국민을 일렬로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이 전체 소득 평균보다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중산층의 박탈감이 커지고 분배의 형평성이 더 이슈가 된다는 분석이다.

 여야 공약에 따라 법정 정년은 60세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도 1.5%대 또는 그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 전주성(경제학) 교수는 “정당의 색깔이 확실하면 진보건 보수건 ‘예측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며 “중장기적인 비전이나 설명은 어느 당도 안 보이고 전부 득표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중위투표자 정리(median voter theorem)=양당 체제의 다수결 투표에서 극단적인 사업보다는 중간계층 주민의 눈높이에 맞춘 정책이 선호된다는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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