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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뮤지션 27팀, 함께 노래한 한강·이태원·낙원상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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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인디 뮤지션 27팀을 모아 ‘서울 주제 컴필레이션 음반 만들기’ 프로젝트를 완수한 인디 레이블 대표들. 왼쪽부터 이봉수 비트볼뮤직 대표·이성배 카바레사운드 부사장·김민규 일렉트릭뮤즈 대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당신에게 서울은 무엇인가. 누군가 당신에게 묻는다면, 뭐라 답할 것인가.

 인디 뮤지션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최근 나온 음반 ‘서울서울서울’에서다. 지금까지 이런 음반은 없었다. 무려 27팀의 개성 강한 인디 뮤지션이 서울이라는 한 주제 아래 뭉쳤다. 1년 넘게 준비한 대규모 컴필레이션(편집) 프로젝트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인디 음악계를 지켜온 밴드부터, 그 동안 유사한 형식의 프로젝트에 끼기 힘들었던 신예까지 한데 모였다.

 이번 앨범은 홍익대 주변 인디 음악의 성취를 짚어볼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의 현재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통로이기도 하다. 아이디어는 홍익대를 기반으로 한 세 인디 레이블(Independent label·거대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저예산 독립음반사)에서 나왔다.

‘서울서울서울’앨범에 참여한 5인조 굴소년단.

 ◆인디 음악의 기록관=카바레사운드 이성배(36) 부사장, 비트볼뮤직 이봉수(40) 대표, 일렉트릭뮤즈 김민규(41) 대표. 90년대 중반 홍대 인디 음악계의 태동부터 함께한 그들이 이번 앨범에서 손을 잡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셋은 1년 전 함께 모여 얘기하던 중 “각자의 회사를 뛰어 넘는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프로젝트명 ‘라운드앤라운드’의 시작이었다. 공동 공연을 기획하고, 음반도 함께 발매하기로 했다. 음반 주제는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하지만, 의외로 시도한 적 없는 ‘서울’로 정했다.

 “홍대를 중심으로 오래 활동해온 인디 밴드들, 독자적으로 활동해 큰 무대에 서기 힘들었던 뮤지션도 섭외했죠.”(이봉수)

 27팀 중 세 레이블 소속 가수는 11팀, 나머지는 군소 레이블에 소속됐거나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팀이다. 90년대 활동을 시작한 방준석·로다운30부터 신인에 속하는 9와숫자들·얄개들·하현진까지 27팀이 모였다.

 작업은 서울의 한 스튜디오부터 뮤지션 각자의 방까지 여러 곳에서 진행됐다. 포크·록큰롤·블루스·일렉트로니카 등 스타일도 다양하다. 한강·이태원·낙원상가·영등포 등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고, 서울을 배경으로 한 감정과 사건을 풀어놓았다.

 이들 셋은 “홍대 인디 음악에 대한 최초의 아카이브(archive·기록관)이자, 서울이라는 공간을 음악적으로 풀어본 저수지가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작사부터 연주까지=김민규 대표, 이성배 부사장도 앨범에 직접 참여했다. 밴드 플라스틱피플의 기타리스트인 김씨는 ‘서울의 봄’에서 기타를, 오! 부라더스 멤버인 이씨는 ‘서울못난이’에서 작사·색소폰을 맡았다.

 셋은 인연이 깊다. 이성배씨는 96년 카바레사운드를 만든 형 성문씨와 이듬해 밴드 오! 부라더스를 꾸렸다. 같은 시기 김씨는 음악잡지 ‘서브(Sub)’의 기자 겸 카바레사운드 소속 기타리스트로 메리고라운드·플라스틱 피플 등에서 활동했다. 2006년엔 아예 일렉트릭뮤즈를 세웠다. 이봉수씨도 한 음반사에서 일하다 2000년 비트볼뮤직을 세웠다.

 이들은 인디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안타까워했다. 이성배씨는 “오! 부라더스 활동 초창기 음악·예능 프로가 아닌 다큐 프로 제안이 많았다. 집에 물이 새는 모습, 여러 음식을 먹어도 꼭 라면 먹는 장면만 방송에 내보냈다”고 했다.

 김씨도 “‘인디(독립)’이라는 말 때문에 오해 받는 것 같다. 인디 음악에서의 독립은 ‘대한독립 만세’가 아니라 독립적 자본을 뜻하는 것”이라고 했다. 헐벗은 예술수호자로만 인디뮤지션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영화에 인디 뮤지션의 곡을 공짜로 삽입하려 하거나, 영화제 등에서 무료 거리공연을 요청하는 경우도 잦다고 전했다.

 “인디 레이블도 하나의 회사인데 이윤을 추구하면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상황이 답답해요. 인디는 우리가 좋아하는 제작방식일 뿐 인디 자체가 목표가 아니거든요.”(김민규)

 라운드앤라운드의 끝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 이들은 “몇 가지 재미있는 아이템을 생각해둔 것이 있다. 계속 지켜봐 달라”고 했다.

▶공연정보=‘서울서울서울’ 발매 기념 공연. 7~8일 오후 6시 문화역 서울 284 1층. 7일 김목인·얄개들·몽구스·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출연. 8일 하헌진·백현진·로다운30·오소영 출연. 02-323-8685.

앨범 ‘서울서울서울’에 비친 서울

▶‘서울 사는 아저씨의 고향은 광주. 서울 사는 아줌마의 고향은 대구. 서울 사는 기사님의 고향은 강릉. 서울 사는 이모님의 고향은 충주. 그 좋은 데서 뭐 하러 올라왔소. 그땐 뭐 돈 좀 벌러 온 거지. 그래서 돈은 좀 버셨소. 어떻게 된 게 벌어도 벌어도 모잘러.’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서울사람’)

▶‘강남 홍대 인사동거리 신촌 압구정 이태원 다 가봤는데, 서울의 여자들 예쁘고 세련돼서 좋아요. 하지만 눈길을 한 번 안 주네. 못생긴 남자에게 서울은 너무너무 가혹해. 서울의 여자들 서운합니다.’

(오! 부라더스의 ‘서울 못난이’)

▶‘이태원에 오게 되면 근심 걱정 따윈 잊어버려요. (…) 양키 게이 꽃 단장한 게이. 뮤직 파티 친절한 아랍 사람까지. 그댈 반길 거에요.’

(굴소년단의 ‘이태원’)

▶‘다 뜯어 고치고. 다 밀어 버리고. 옛날 모습들 어디로 갔나.’

(서울전자음악단의 ‘서울 트립’)

▶ 수유시장까지 몇 번 버스를 타고 가야 하나요?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내려야 하나요? 아니면 미아역에서 미아 되어 내려요? 난 그것이 참 궁금해요.’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강북 엘레지1-산골 떡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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