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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깃든 선율 '영화의 향기는 음악…'

중앙일보

입력

겨울의 문턱, 다채롭고 풍성한 영화들이 거리의 연인을 유혹한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낯선 세상 속에 온전히 빠져드는 영화의 감동은 흔히 아름다운 음악으로 추억된다. 이번주엔 국내 창작영화음악 모음집 '영화의 향기는 음악에 흐르고'를 소개한다. '이등병의 편지' 등 화제작은 물론 팬들의 기억 속엔 살아있지만 앨범으로 접하기 힘들었던 노래를 모아 참신함을 더한 앨범이다. 왕자웨이 감독의 신작 '화양연화', 한국영화흥행사를 새로 쓰고 있는 '단적비연수' OST도 함께 들어본다.

■ 영화의 향기는 음악에 흐르고/ idream

▶ 수록곡 듣기
이등병의 편지
말리꽃
여고괴담2 테마
산책

국내에서 영화 OST앨범이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건 1997년 영화 '접속' OST 이후다. '러버스 콘체르토' 등 세미클래식·올드팝을 모은 이 앨범은 80만장이 넘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계속해서 '해피엔드' '텔미썸딩' 등의 OST가 인기를 끌었지만 지나치게 외국 히트곡에 의존, 한국 영화 특유의 울림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후 영화제작인식 변화, 음악환경 개선 등으로 순전히 한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 혹은 아름다운 국내 창작곡으로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킨 작품들이 속속 등장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의 향기는 음악에 흐르고'는 이런 국내 영화음악들을 한 자리에 모은 앨범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삽입됐던 '이등병의 편지'부터 영화 '신장개업'의 메인테마까지 16곡의 친숙한 선율이 영화의 감동을 전한다.

'최초의 한국영화음악 모음집'인 이 앨범은 화제작은 물론, 팬들의 기억 속엔 살아있지만 앨범으로 접하기 힘들었던 노래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재조명한 기획의도가 돋보인다. 특히 지난봄 개봉했던 이정국 감독 영화 '산책'에 삽입됐던 동명의 노래 '산책'은 이 앨범 제작의 동기를 부여했던 작품.

한동준, 이한철 등이 함께 부른 '산책'은 영화의 주제가로 쓰였지만 정작 OST에서는 제외, 팬들의 안타까움을 모았었다. '나뭇잎 사이로'를 불렀던 조동진의 곡으로, 서정적인 멜로디와 웅장한 자연미를 떠올리는 편곡이 매력적이다.

이밖에도 유지태가 버스운전사로 등장했던 통신회사 광고에 쓰인 영화 '여고괴담2'의 메인테마, 박신향의 보컬이 새로운 영화 '킬리만자로'의 '너에게', 저예산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삼양동 정육점'의 주제가 등도 듣기 좋다.

■ 화양연화 OST/ Rock Records

▶ 수록곡 듣기
Yumeji's Theme
Aquellos Ojos Verdes
花樣的年華
Quizas Quizas Quizas

올해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던 왕자웨이 감독의 새 영화 '화양연화'의 OST 앨범.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흘러나오던 '중경삼림', 터틀스가 부른 동명의 노래를 삽입한 '해피투게더' 처럼 매혹적인 올드팝이 먼저 귀를 사로잡는다.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 '아케요스 오호스 베르데스' 등 흑인음악을 대중문화의 전면에 부각시켰던 거장 냇 킹 콜의 노래들이 60년대 홍콩의 풍광을 수놓는다. 브라이언 페리의 '아임 인 더 무드 포 러브'도 인상적이지만 이 앨범엔 들어있지 않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의미하는 영화제목처럼 왕자웨이 감독은 실제로 60년대의 홍콩을 가장 낭만적인 장소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이런 추억의 편린들을 낭만적인 음악과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엮어냈다. 올드팝 외에도 당시 홍콩의 대중·전통 음악들을 OST에 수록했다.

이 작품으로 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랑차오웨이, 장만위의 연기와 함께 빛을 발하는 섬세한 현악 연주곡들도 아름답다.

■ 단적비연수 OST/ wave

▶ 수록곡 듣기
Main Title 1
그대에게 가기까지
눈부신 날에
재회 그리고 이별

개봉일 최다관객을 기록하며 한국영화흥행사를 새로 쓴 영화 '단적비연수'는 음악적인 면에서도 신기원을 이룩한 작품이다. 국내 최고인 45억원의 제작비, 완성도에 대한 열정으로 한국영화음악의 고질적 문제였던 '제작의 낙후성'을 극복하며 국내 영화음악의 새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존 OST는 주로 음악감독 한 사람이 이 촬영 후 짧은 편집시간 동안 후닥닥 만들어내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단적비연수'는 음악전문기획사가 영화 시작부터 음악을 도맡아 기획, 제작, 홍보 등을 진행, 10개월이 넘는 제작기간 동안 완성도를 높였다. 공을 들인만큼 영화 속 비중도 높아, 일부 장면에선 미리 만들어진 음악에 맞춰 영화를 찍기도 했다는 후문.

이번 작업을 위해 특별히 결성한 실내악단, 각 장면에 맞춰 치밀하게 만들어진 음악은 영화의 웅장함을 더한다. 타이틀곡은 앤과 최원석이 함께 부른 '그대에게 가기까지'. 신인가수답지 않은 뛰어난 가창력이 일품이다. J가 부른 피아노 발라드 '눈부신 날에'와 영화 속에 녹아있는 연주곡들도 일품이다.

앨범에는 24곡의 수록곡 외에도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담은 뮤직비디오 동영상 파일을 함께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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