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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한강텃밭, 국토부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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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택정책과 뉴타운사업을 놓고 갈등을 빚은 국토해양부와 서울시가 이번엔 ‘텃밭 전쟁’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박원순 시장의 지시로 한강에 텃밭을 만들어 시민들이 채소를 키울 수 있게 하는 ‘한강공원 공동체 텃밭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과거에도 시 차원에서 하는 농작물 체험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이번엔 아예 시민들이 직접 텃밭을 빌려 장기적으로 농사를 짓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 구상에 따르면 참가비 2만원을 받고 한강변 텃밭을 빌려 주는데, 한 번 빌리면 4∼12월까지 이용할 수 있다. 시는 참가자들에게 모종 일부(상추·배추)와 밑거름, 친환경 약제 등을 지원할 방침이었다. 장마기간인 7∼8월을 제외하고 상·하반기로 나눠 재배·수확하기로 했다. 이런 계획에 따라 서울시는 최근 서부이촌동 한강변에 조성되는 텃밭 참가 신청을 인터넷으로 받았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애초 500팀(개인·단체)만 모집하려 했지만 무려 5700팀이 몰렸다. 서울시는 결국 1000팀을 선정했다. 당초 계획했던 구획(7050㎡)도 1만2000㎡로 늘어났다.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시작된 텃밭 사업은 14일 개장식을 앞두고 제동이 걸렸다.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최근 “하천법에 어긋나며 수질오염의 우려가 있다”며 중단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화훼·조경수를 키우는 ‘시민용 뜰’ 정도는 몰라도 채소류 등 사실상 농사를 짓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통보했다. 권도엽 장관은 “4대 강 주변에서는 오염원을 모두 치웠는데 한강이라고 되겠느냐”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잠원한강공원 등 다른 한강변으로도 텃밭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국토부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3일 “한강 텃밭 조성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주관하는 시민참여형 생태 프로그램일 뿐 개인이 하천부지를 점용해 영농 목적으로 작물을 경작하는 것이 아니다”며 국토부를 상대로 중단 명령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최임광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한강 하류에 조성되는 텃밭은 서울시가 제공하는 친환경비료와 약제만을 사용해 수질오염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덧밭을 분양받은 한 시민은 “개장을 코앞에 두고 너무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하천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이번 정부 조치와 관계없는 한강예술섬(노들섬)의 농업공원 조성사업은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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