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벽에 기대” 수업 중 14명에게 명령 뒤 콜트45 마구 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소재 오이코스대학 캠퍼스에서 수색을 마친 경찰 특수기동대(SWAT) 요원들이 철수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 발생한 한국계 고원일씨의 총격 사건으로 7명이 숨지고 3명이 중태다. [오클랜드 AP=연합뉴스]
고원일씨가 2일(현지시간) 인근 쇼핑몰에서 체포 된 뒤 순찰차 뒷좌석에 머리를 숙인 채 앉아 있다. 창가의 하얀 부위가 목덜미다. [KTVU 캡처]

2일(현지시간) 오전 10시30분쯤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오클랜드 공항 근처의 오이코스대학. 몇 달 전 이 학교 간호학과를 자퇴한 한국계 미국인 고원일(44)씨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이 대학은 단층의 이 건물만 사용하고 있다. 카키색 점퍼 차림의 고씨는 콜트 45구경 권총을 꺼내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던 여직원을 향해 쐈다. 여직원이 쓰러지자 그는 곧바로 간호학과 강의실로 향했다. 얼마 전까지 그의 동급생이던 학생 14명이 보충수업을 받고 있었다. 고씨는 한 여학생을 붙잡더니 “모두 일어서서 벽에 기대 서라”고 명령했다. 어리둥절하던 학생들은 고씨가 권총을 꺼내 들자 패닉에 빠졌다.

 고씨가 총을 난사하자 교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총성과 울음소리가 뒤섞였다. 학생들은 교실을 뛰쳐나갔다. 일부는 어깨와 등, 팔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면서 달아났다. 고씨가 조준 사격한 총에 가슴과 머리를 맞고 쓰러지는 학생들도 있었다. 총성은 계속 울렸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근 강의실에 있던 다른 학생들은 총성을 듣고 재빨리 문을 잠그고 불을 껐다. 고씨는 잠긴 문 손잡이를 열려고 수차례 시도하다가 문에다 총을 쏜 뒤 떠났다. 강의실 문의 유리창은 깨졌지만 안에 있던 학생들은 무사했다. 또 다른 강의실에선 강사가 학생들을 급히 인솔해 차를 몰고 학교를 빠져나갔다.

 10여 분 뒤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출동했지만 고씨는 이미 달아난 뒤였다. 경찰은 강의실 문을 잠그고 떨고 있는 학생들과 곳곳에 쓰러져 있는 부상자들을 구조했다.

 고씨가 발견된 것은 정오쯤. 그는 학교에서 약 5㎞ 떨어진 알라메다의 사우스쇼어 쇼핑센터에서 경비원에게 “내가 사람들을 쐈으니 체포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그를 체포했다. 사건 발생 1시간30분 만이었다.

 고씨의 총기 난사로 한인 학생 심현주(21)씨 등 7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5명은 즉사했고 2명은 병원으로 후송된 뒤 숨졌다. 나머지 3명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여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3일 현재 심씨 외의 사상자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은 “2일엔 한국인이 많이 수강하는 영어코스와 간호대 수업밖에 없어 교내에 학생이 많지 않았다”며 “간호대 학생은 대부분 현지 미국인인 데다 두 강의실이 떨어져 있어 한국 학생들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샌프란시스코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도 “간호대는 영주권자 이상만 수강할 수 있어 일단 한국 유학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사=박성보 기자, 서울=구희령 기자

쓰러지고, 피 흘리며 피하고 …
5㎞ 거리 쇼핑센터 도주한 범인
“내가 쐈다” 경비원에게 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