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아기 키우는게 '이벤트' 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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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언이는 10개월된 남자 아기. 지난 3월 의정부의 한 커피숍에서 발견됐다.

미혼모로 추정되는 여고생 차림의 어머니는 아이를 두고 사라진 뒤 소식이 없고 세언이는 미혼모와 미혼모 아이 보호 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에 맡겨졌다.

그 세언이가 지난 15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빌라로 사는 곳을 옮겼다. 5인조 여성 댄스그룹 파파야가 이들을 기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약 2개월여 동안 합숙소에서 아이를 돌보는 위탁모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마일 스마일' 등의 노래로 알려진 파파야 멤버들은 전원 19~20세. 고등학생이 한명, 대학생이 네명으로 멤버 중 누구도 아이를 낳아본 적은 물론 없거니와 밤낮으로 키워본 경험도 없는 신세대다.

이같은 '이벤트' 를 생각해낸 기획사는 육아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방영한다.

"사회 문제인 미혼모와 버려지는 아이들 이야기를 신세대에게 전하겠다" 는 것이다.

현재 한 공중파 방송사가 방영하고 있는 인기 그룹 god의 '육아일기'를 본뜬 것 같은 이 이벤트는 그러나 지극히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세언이는 화목한 가정이 있는 '육아일기' 의 출연 아이와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말 그대로 버려진 아이다.

아이가 나중에 받을 지도 모르는, 그리고 그 아이를 버린 부모가 받을 수도 있는 상처를 고려한다면 이런 이벤트는 어쩌면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위탁모는 무한한 인내와 사랑을 필요로 하는 전문적인 일이며, 열아홉 스무살의 화려한 여성 댄스 그룹 멤버들이 감당하기엔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다.

기획사는 아이를 '실제로 기를' 보모를 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실 파파야가 하는 일이란 아이와 함께 인터넷에 얼굴을 내미는 것 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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