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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화장실 청소 20분마다 하라” 주문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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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지선

현대백화점 서울 목동점은 지난달 20일부터 화장실 청소 횟수를 세 배로 늘렸다. 한 시간마다 하던 것을 20분에 한 번꼴로 자주 한다. 식당가·푸드코트 물품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닦는다.

휴지를 넣어두는 통은 겉만 닦지 않고 분리해서 속까지 청소하는 원칙을 마련했다. 목동점의 새로운 청소 방법은 다른 점포들에 소개되기도 했다. 전국 13개 점포의 어린이 휴게실에는 세균 오염 정도를 측정하는 기계도 설치됐다.

 이 같은 청결 강화는 ‘기본 강조’에서 나왔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정지선(42) 회장이 최근 임원급 회의에서 “백화점의 불황 극복 키워드는 기본”임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초부터 임원들에게 “어려운 때일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기본 서비스를 점검하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다.

“눈에 보이는 창문만 닦을 게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창틀까지 먼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 “박스 아래에 깔린 과일까지 품질은 똑같아야 한다”는 식으로 구체적 예도 들었다고 한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기본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결 강화는 물론, 소비자에게 상품 정보를 소상히 제공하는 식으로 기초적인 서비스부터 점검했다. 예를 들어 한우 중 등급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부위인 설도·우둔·앞다리에 등급을 명시하도록 했다. 또 판매 직전 굴비의 무게를 재서 값을 정확히 다시 매기는 제도도 시행했다.

 고객 응대도 점검 대상이다. 지난달 말부터 판매 직원을 대상으로 ‘인사 올림픽’이라는 캠페인을 열어 고객에게 제대로 인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가장 인사를 잘하는 사람을 직원끼리 서로 추천하는 제도다.

 지난달 21일 서울 압구정동 본점에서 열린 김성근(70) 야구감독의 강연 주제는 ‘기본의 중요성’이었다.

현대백화점 임직원 300명이 참가했다. 김 감독은 “양준혁·김광현 같은 스타급 선수도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을 땐 크게 혼냈다. 팀을 맡으면 야구 실력보다 기본적인 예의범절을 더 중요하게 가르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 감독은 매달 셋째 또는 넷째 주 수요일 오전 열리는 내부 강의에 처음 초대된 스포츠계 인물이다. 현대백화점은 2003년 강연회가 시작된 이래 마케팅 전문가를 주로 초빙해 왔다. 백화점의 김경호 인재개발원장은 “최근 백화점 내에 기본 원칙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혹독한 기본기 훈련으로 유명한 김 감독을 청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기본기를 집중 강조할 정도로 요즘 백화점 경기는 좋지 않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늘어났다고 2일 발표했다.

지난해 3월의 경우 10% 늘었다. 백화점 신장률이 올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현대백화점뿐이 아니다.

백화점별 지난달 매출 신장률은 롯데 3.4%, 신세계 7.8%, 갤러리아 5%에 그쳤다. 백화점 업계 전체가 추운 봄을 맞이하고 있다. 각 백화점은 온라인 사업 강화, 점포 확장과 같은 불황 타개책을 내놓는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30일 온라인몰을 새로 열었고, 신세계백화점은 40억원을 들여 고객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때 현대백화점의 정 회장은 “백화점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타개책을 꺼내든 것이다.

정지선 이 강조한 ‘백화점 기본’

▶깨끗하게

· 창문뿐 아니라 창틀도 청소

· 화장실 청소는 20분마다

· 유아 휴게실에 세균오염 측정기 설치

▶친절하게

· 판매직원 ‘인사 올림픽’

▶정직하게

· 상자 안 과일 품질이 똑같도록

· 굴비 판매 직전에 무게 재기

· 한우 전 부위에 등급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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