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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줌마만 안다? 노후 준비 '최종 병기'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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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1. 이모(59·주부)씨는 2000년 OOOO에 가입했다. 당시 노후준비를 위해 가입한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다들 말렸다. 굳이 가입할 필요가 없는데 뭐하러 ‘공돈’을 쓰느냐며. 그래도 없는 셈 치고 매달 9만원 정도를 불입했다. 다음달부터 연금이 나온다. 매달 19만5000원. 지금껏 이씨가 낸 돈을 합쳐야 1000만원이 채 안 된다. 이씨가 20년 더 산다면 낸 돈의 네 배 가까이를 더 돌려받을 수 있다.

 #2. 김희경(35·주부)씨는 재작년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뒀다. 8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OOOO을 냈다. 이젠 소득이 없으니 더 안 내도 됐다. 그런데 증권사 다니는 남편이 “노후준비로는 OOOO이 최고”라고 추천했다. 100살까지 산다는데 어떻게 준비할지 막막하던 차였다. 계속 돈을 넣기로 했다. 매달 12만원씩 내는데, 60세까지 넣으면 월 71만원의 연금이 나온다. 계산해 보니 현재 35만원씩 넣고 있는 개인연금 상품보다 더 실속 있다.

 #3. 김지혜(23·대학생)씨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 가운데 매달 10만원을 OOOO으로 낸다. 친구들이 “60세가 됐을 때 돌려받을 수 있을지 어떻게 아느냐”고 말렸지만 김씨는 금융권에서 30여 년을 일한 어머니를 믿기로 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노후를 준비해야 수월하다”며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연금을 주는 OOOO이 최고”라고 추천했다. 일찍 가입한 덕에 60세가 되면 김씨는 매달 110만원을 받게 된다.

 OOOO에 들어갈 말은? 국민연금이다. ‘100세 시대’ 국민연금은 노후 준비의 ‘최종 병기’다. 얼마 전까지는 ‘또 하나의 세금’이라는 오명이 붙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안 내도 되는 사람까지 나서서 국민연금을 내기 시작했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2008년 말 3만 명에도 못 미치던 임의가입자 수가 지난해 말 17만 명을 넘어서더니, 1월 말에는 18만 명을 돌파했다.

 국민연금 돌풍은 ‘강남 아줌마’에서 시작됐다. 2009년부터 민간보험 상품보다 국민연금의 수익성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강남권 주부를 중심으로 임의가입 비율이 늘어났다. 최근에는 가입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난해 국민연금 임의가입 증가율이 높은 곳은 울산(116%)·경상북도(105%)·충청북도(105%) 등이다. 서울은 78% 증가에 그쳤다. 서울시 구별 증가율도 강남 부자동네를 제치고 중구(107%)·동대문구(92%)·중랑구(92%)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

 국민연금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물가상승을 감안해 연금액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개인연금은 원래 약속한 돈(명목금액)만 준다. 그런데 지금 100만원이 30년 뒤에도 100만원의 가치를 지닐까. 짜장면 값은 30년 전보다 11배 올랐다. 30년 뒤엔 5만원은 내야 짜장면 한 그릇 사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국민연금은 물가가 오른 만큼 매년 지급액이 늘어난다. 평생 동안 연금의 실질가치를 보장해 주는 셈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그해 4월부터 연금액이 올라간다.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되고, 사망할 때까지 나오는 등 국민연금은 다른 어떤 민간 연금보다 나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소득대체율이 올해 48%에서 2028년에는 40%로 낮아지는 등 국민연금이 덜 내고 많이 받는 구조에서 점차 낸 만큼 받는 구조로 바뀌고 있기는 하다”며 “그렇더라도 노후 준비를 위해선 국민연금에 먼저 가입하고 추가로 개인연금에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임의가입

국민연금은 일정한 소득이 있으면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돼 있다. 그런데 소득이 없어도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임의가입 제도다. 국민연금 가입의무가 면제된 전업주부, 27세 이하 학생, 군복무자 등도 자신이 원하면 임의가입을 통해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최소 가입금액은 8만9100원, 최대는 33만7500원이다. 1월 말 현재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는 18만300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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