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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서 핫팬츠 즐겨' 가장 '핫'한 女골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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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발레를 배웠고 그래서 춤추는 것도 좋아한다. 발레와 춤을 통해 유연성을 유지하고 이종격투기를 하면서 몸을 만들고 있다. 그런 활동들이 내 골프를 더 즐겁게 만든다.”

올해 초 미국 한 골프 매체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골퍼(the hottest golfer)’로 이름을 올린 산드라 갈(27·독일)을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만났다.

갈은 싱글 매치플레이처럼 1대1 방식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미셸 위(23·미국), 크리스티 커(35·미국), 폴라 크리머(26·미국) 등을 제치고 최종 후보가 됐다. 결승에서는 8만274명의 유효 투표 중 99.61%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1m83㎝의 늘씬한 키, 몸에 쫙 달라붙는 짧은 팬츠와 민소매 셔츠를 트레이트 마크처럼 입는 갈은 남자 골프의 인기에 가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의 인기를 책임질 섹시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갈은 초기에는 코스 안보다는 코스 밖에서 화제를 뿌렸다. 그는 2009년 미국 스포츠 전문 ESPN매거진이 진행한 ‘보디 이슈’에 동료인 크리스티나 김(28·미국), 안나 그레츠비엔(27·미국) 등과 함께 누드 페인팅을 하고 나와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갈은 그 후에도 골프 전문지나 화보에 수영복, 파티복, 평상복 차림으로 여러 차례 등장해 ‘필드의 섹시 모델’이란 별명을 얻었다.

갈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비단 섹시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코스 안에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짧은 팬츠와 민소매 셔츠로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그는 코스 밖에서는 다재다능함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1985년 독일에서 태어난 갈은 다섯 살 생일 때 부모에게서 플라스틱 골프채를 선물 받고 골프를 시작했다. 외동딸인 그는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골프뿐 아니라 바이올린, 발레 등을 함께 배웠고 수준급의 실력을 뽐낸다. 체코 출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독일어와 체코어에 능통한 갈은 영어까지 3개 국어를 구사한다. 몸매관리를 위해 이종격투기 선수인 데이브 허먼과 함께 운동하고 대회가 없을 때는 웨이크보드를 즐기는 활동파이기도 하다.

“나는 골프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다. 이종격투기는 정적인 골프와는 전혀 다르다. 나에겐 외향적이고 열정적인 요소가 많은 것 같다.”
갈은 창의적인 골퍼이기도 하다.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그는 추상화와 모던 아트를 즐기는 등 아티스트적인 기질이 다분하다. 댄스와 하우스 음악을 좋아하고,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북극을 뽑는 엉뚱한 매력이 있다. 갈은 “할머니가 미술에 조예가 깊으셨다. 예술을 사랑하는 가족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고 자랐고 내게는 창의적인 영감이 충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04년 미국으로 이주해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4년 장학생으로 광고학을 전공한 갈은 언론, 팬들과도 친화적이다.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그는 “골프를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났고 행복한 골퍼가 될 수 있었다. 골프는 행복한 삶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며 “많은 선수들이 대학에 가지 않지만 대학 입학과 졸업은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골프와 인생의 균형, 사람들과의 교감을 배웠고 내 골프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갈은 캘러웨이골프를 비롯해 영양제 판매 회사인 셰이크리, 돌스호텔&리조트, 수퍼플렉스 밴드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LPGA 투어의 새로운 섹시 아이콘으로 떠오른 선수답게 각종 광고, 잡지 모델 제안도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갈은 쏟아지는 러브콜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했다. 그는 “보디 이슈 촬영은 운동선수의 몸과 근육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인식돼 속상했다”며 “난 전문 모델이 아니라 운동선수다. 스폰서를 위한 특별한 목적이 아니고서는 화보 촬영을 안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프로 데뷔 후 섹시한 이미지로만 부각됐던 갈은 지난해 KIA클래식에서 신지애(24·미래에셋)를 1타 차로 물리치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비로소 외모뿐 아니라 실력도 겸비한 골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가을에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미국과 유럽의 팀 대항전인 솔하임컵에 유럽팀 대표로 출전해 팀의 우승에 일조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는 박희영(25·하나금융그룹)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갈은 지난해 상금 62만3526달러(약 7억원)를 벌어들이며 상금 랭킹 20위에 오르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갈은 “열일곱 살 때 독일 국가대표를 지냈고 대학 재학 중 올 오브 아메리칸에 네 번이나 선정됐지만 늘 실력보다는 섹시한 컨셉트로 주목받았다. KIA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실력파 골퍼로 인정받게 된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겨울 ‘비전(Vision) 54’에서 겨울훈련을 소화하며 2012년 시즌을 준비했다. 비전 54는 ‘은퇴한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42·스웨덴)의 코치였던 피아 닐슨과 린 메리어트가 세운 멘털 전문 골프 스쿨이다. 한국의 최나연(25·SK텔레콤)과 김송희(24·하이트), 그리고 미야자토 아이(27·일본) 등이 배우고 있다. 갈은 겨우내 닐슨, 메리어트와 함께하면서 멘털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나는 공을 칠 때 기술적인 면보다는 느낌을 중시한다. 쇼트게임이나 퍼팅을 할 때도 창의적인 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끈질긴 승부욕 같은 게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닐슨, 메리어트와 함께하면서 선수로서의 확고한 목표를 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갈은 외모보다 실력이 뛰어난 골퍼로 인정받고 싶다. 그는 “나 스스로는 그리 섹시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니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다. 또 나를 통해 여자 대회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인기를 얻는다면 분명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외모보다는 실력으로 주목받고 싶다. 올해 몇 승을 더 거두고 싶고 앞으로 최선을 다해 ‘No 1’ 골퍼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산드라 갈이 나비스코 챔피언십이 열리는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매혹적인 포즈를 취했다. 갈은 ‘릴랙스한 포즈를 잡아달라’고 하자, 선뜻 코스의 언덕배기가 있는 잔디밭에 누워 S라인이 선명한 몸매를 뽐냈다. [팜스프링스=JNA 한석규 기자]



산드라 갈 ▶생년월일:1985년 5월 9일 ▶국적:독일 ▶거주지: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LPGA 투어 데뷔:2008년 ▶역대 승수:통산 1승(2011년 KIA클래식) ▶취미:그림, 노래, 웨이크보드, 바이올린, 발레 ▶좋아하는 배우:숀 코너리 ▶좋아하는 가수:아델 ▶홈페이지:www.sandragal.com

팜스프링스=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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