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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빅 브러더’가 당신을 지켜본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4호 31면

“올해 12·19 대선 당선자를 어디서 먼저 맞힐까.” 엊그제 인터넷 업계 모임에서 소셜컴퓨팅연구소 한상기 소장이 불쑥 내놓은 질문이다. 언론사·정치권 등이 그럴듯한 답변으로 나왔다. 한 소장은 예상 밖의 얘기를 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당선자를 콕 찍는단다. SNS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러더(Big Brother)’가 되고 있다는 부연설명을 달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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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분석을 들어봤다. 사람은 본심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노출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엔 더더욱 그렇다. ‘낮에는 진보, 밤에는 보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가 자신의 속내를 숨기기 일쑤다. 박빙의 승부에선 무응답층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 SNS에선 다르다. 이용자의 평소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요즘 국내외 기업들이 인력 채용 때 SNS 계정을 오픈하라는 이유다.

한 소장은 특히 페이스북을 꼽았다. 20∼40대를 중심으로 한 이용자가 500만 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올 1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증가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9∼12월 이용자 증가율을 보면 트위터는 24.5%, 페이스북은 33.7%였다. 이용자들은 평소에 자기 생각과 생활상을 페이스북에 상세히 올린다. 단순 얘깃거리를 건네는 트위터나 문자메시지 성격의 카카오톡 등 다른 SNS와는 다르다. 이런 SNS 전문가의 분석에 참석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페이스북은 마음만 먹으면 회원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해 어느 분야에든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인의 정보를 분석한 대선 예측 결과를 백악관에 제공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란다. 미국에선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활용을 놓고 법률가들이 속속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 2월 4일자에는 시카고 켄트 칼리지 로리 앤드루스 교수의 ‘페이스북은 당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칼럼이 실렸다. 지난해 페이스북의 광고 수익 32억 달러는 회원정보로 번 돈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누구나 온라인 개인정보를 ‘디지털 주권’ 차원에서 당당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네티즌은 순진하게도 사이버 공간에 올리는 정보가 악용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관련 업체들은 이들 정보를 가공해 돈을 받고 판다. 자신의 정보가 몰래 활용되거나 그 대가를 정당하게 받지 못하면 디지털 주권을 법적으로 보호하려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의 디지털 주권은 구글·페이스북 등 외국계 서비스에 더 취약하다. 국내 서비스들은 한국의 법률·제도에 따라 규제를 받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 조치라도 받는다. 반면 외국계 서비스는 데이터를 담아 놓는 컴퓨터 저장장치(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무풍지대다. 국경 없는 사이버 세상에서 서버가 어디 있는 게 중요할까. 국내 기업들이 이런 역차별에 반발해 서버를 해외에 두는 ‘디지털 망명’까지 검토할 정도다.
이제는 디지털 주권을 챙길 때가 됐다. 나도 모르게 내 생각과 정보를 엿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 회사의 수익 사업에 이것들이 활용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곤란하다. SNS 소통도 좋지만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가치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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