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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몰카 사태, 임원 자른다고 해결될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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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호 08면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에 ‘몰래 카메라’ 사고가 터졌다.
경찰은 고객과 짜고 카지노에 초소형 몰카가 장착된 ‘슈(카드통)’를 설치한 직원 두 명을 지난달 30일 체포했다. 외국 카지노나 영화에 가끔 등장하던 카지노 사기가 국내에서 처음 적발된 것이다. 고객들은 충격을 받은 인상이다. 역설적이지만 도박을 지탱하는 키워드가 신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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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직원은 3년여 동안 몰카 촬영을 도운 대가로 고객 이모(57)씨로부터 3000만~4000만원의 사례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가 얻었을 수익이 1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여 직원들이 받은 사례비는 훨씬 많을 거라는 게 경찰 추산이다.

이번 몰카는 바카라 도박장 기계 두 대에 설치된 것이지만 경찰은 강원랜드 내 다른 도박장에도 유사한 사기행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잭의 경우 카메라 부착이 아닌 기계에 내장된 칩만 바꾸면 얼마든지 특정 고객을 위해 승률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몰카 사기는 오래전부터 강원랜드 주변에서 소문으로 나돌았다고 한다. 그런데 카지노 측은 손을 놓고 있다가 일이 터지자 관련 임원들의 사표를 받고, 임시 휴장을 검토하는 등 법석을 떨고 있다.

강원랜드 직원은 100쌍 이상이 사내 결혼한 부부라고 한다. 폐쇄된 지역인 데다 번듯한 직장이 많지 않아 사외에서 배필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백 명의 가족, 친구, 친인척들이 같은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대부분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가족 같은 유대감을 자랑한다. 이런 요소가 가정 같은 직장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점도 있지만, 역으로 상부상조하는 범죄 유혹에 빠질 개연성도 높다. 경마의 기수나 조교사처럼 카지노 직원들의 사생활도 투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그래서 나온다.

이번 사건이 터진 뒤 경찰은 “한 고객이 몰카 의혹을 제기한 뒤 카지노 측이 경찰에 신고하는 데 10시간이나 걸렸다. 그동안 증거자료의 상당 부분이 은폐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 결탁 내지는 추가 공범의 개연성이 엿보인다.

강원랜드는 직원 횡령, 성희롱 등 비리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지난해 3월엔 모니터실 직원들이 공모해 3억원을 횡령하다 붙잡혔고, 2009년과 2010년엔 각각 80억원대와 33억원대의 돈을 훔친 직원도 있었다.

강원랜드가 정한 각종 게임 룰도 고객은 외면한 채 카지노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는 지적이다. 고객의 승률을 떨어뜨리는 카드자동배분기, 또 게임이 불리할 경우 베팅한 액수를 낮춰 손실을 줄이는 ‘서렌더’ 제도가 유독 강원랜드에만 없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카지노가 아닌 고객을 위한 카지노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강원랜드가 어떻게 답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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