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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감의 차이가 양복의 차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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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호 24면

2011년 미국의 명품 브랜드 전문 조사기관인 럭셔리 인스티튜트(Luxury Institute)가 발표한 럭셔리 브랜드 순위 지수(LBSI: Luxury Brand Status Index)에서 남성 의류 부문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로 선정된 회사는 이탈리아의 최고급 명품 남성복 브랜드 브리오니다. “멋진 남자로 보이길 원하는 남성이 우리의 고객”이라는 브리오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도널드 트럼프 등과 같은 유명인사들이 입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명품 남성복 ‘브리오니’ CEO 프란체스코 페시를 만나다

브리오니 CEO 프란체스코 페시

2010년 CEO로 부임한 프란체스코 페시(Francesco Pesci)는 경제대학을 졸업하고 브리오니와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PPR그룹이 브리오니를 인수한 후에도 경영을 맡고 있다. 단독 인터뷰를 위해 도착한 브리오니 본사 1층에는 매장 대신 옷을 만드는 양장점이 있었다. 쇼윈도 안으로 보이는 두 명의 마에스트로가 열심히 손님 옷을 재봉하고 있었다. 장인정신과 품질을 소비자가 직접 보고 느끼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하며 약속 장소로 올라갔다.

-브리오니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브리오니는 아드리아 해안에 있는 섬의 이름입니다. 1945년 유고슬라비아에 넘어가기 전까지 이탈리아령이었죠. 지금은 크로아티아에 속해 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브리오니 섬에 폴로 경기를 하러, 말 타러, 혹은 골프를 치거나 사냥을 하러 갔었습니다. 천국이었죠. 그래서 브리오니라는 이름은 19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두 창립자에게는 세련됨의 상징이었습니다.”

-옷들은 누가 디자인하나요.
“브리오니의 주인공은 제품입니다. 다른 브랜드처럼 대표 스타일리스트는 없지만 디자인을 지휘하고 담당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명은 공장이 있는 아브루초(Abruzzo)에서 주로 활동하는 스타일 책임자고, 다른 한 명은 파리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아트 디렉터입니다. 이들의 신원은 밝히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슈트와 턱시도는 100% 수작업인가요.
“일반적으로 80~90%가 손으로 제작됩니다. 턱시도와 일반 슈트의 차이점은 기계와 수작업의 비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작 시간에 있습니다. 턱시도는 일반 슈트보다 2시간 정도 더 소요됩니다. 즉 일반 슈트는 18시간 걸리지만 턱시도는 20~22시간이 걸리죠.

- 브리오니만의 특징은 뭘까요.
“슈트의 깃 안쪽에 실크를 붙이는데, 이 부분을 손으로 일일이 꿰맵니다. 가슴 부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약간 봉긋하게 솟아올라야 하는데, 이 형태는 안감을 어떻게 대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안감은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멋지고 번쩍번쩍 광을 잘 낸 차를 보면 황홀해지죠. 그런데 차가 삐걱거리면 그 황홀감은 사라져 버립니다. 슈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안감을 어떻게 대느냐가 큰 차이를 만듭니다. 여행 가방에서 브리오니 슈트를 꺼내 옷장에 걸면 마치 다림질한 옷처럼 구김 없이 돌아옵니다. 그 이유는 안감이 형태를 기억하고 있어서입니다. 그렇다고 다림질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프레타 포르테도, 오트 쿠튀르도 있는데, 맞춤옷을 원하는 외국인의 옷은 누가 어디서 제작하나요.
“매장에 손님이 오면 직원은 그분에게 맞는 프레타 포르테의 옷을 입히고 거기서 변형·보완할 곳을 노트합니다. 고객은 옷감을 고르고 스타일을 결정합니다. 단추와 주머니를 어디에 어떻게 달지도 결정합니다. 이렇게 주문된 맞춤옷은 모두 이탈리아 공장에서 제작됩니다. 약 6주 후면 고객은 맞춤옷을 받게 됩니다. 기다리는 것이 불만인 고객도 많지만 많은 여성이 에르메스의 켈리백을 몇 달 동안 기다려서 받듯 우리 고객들도 최고의 맞춤옷을 위해 6주를 기다립니다. 맞춤 서비스의 정수는 사이즈를 측정하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가장 편안한 옷을 만드는 브리오니만의 노하우입니다. 이렇게 측정된 자료는 전 세계 브리오니 매장에서 공유합니다.”

-맞춤옷에 대한 에피소드도 많겠습니다.
“하나는 피렌체에서 있었던 일본 스모선수 고니시키의 맞춤옷 이벤트였습니다. 우리는 그의 종이 원본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스모선수를 위해 만든 옷에는 일반 옷의 3배 이상의 천이 사용됐습니다. 신체 사이즈를 재는데 줄자가 짧아서 2m짜리 줄자 두 개를 붙여서 사이즈를 쟀죠. 그리고 나서 완성된 옷을 입은 고니시키는 그의 사이즈가 어쨌든 간에 더 멋있어 보였습니다. 아, 세 살 된 남자아이의 슈트를 제작한 것도 생각나네요.”

-많은 할리우드 영화에 스폰서가 됐죠.
“브리오니는 50년대부터 존 웨인, 클라크 케이블, 해리 폰다 등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옷을 입혔습니다. 최근 영화 007의 피어스 브로스넌이나 대니얼 크레이그, 그리고 톰 행크스도 브리오니를 입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브리오니를 좋아하는 고객은 대부분 영화팬들입니다.”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학교(Scuola Superiore di Sartoria Nazareno Fonticoli)’는 1985년에 생겼습니다. 학교는 매우 중요합니다. 80년대부터 이탈리아에는 특정 부문에 대해 기술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찾기가 매우 힘들어졌습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마에스트로도 언젠가는 은퇴하고 그 빈자리는 누군가 채워야 하죠. 그래서 브리오니는 학교를 세우고 인재를 스스로 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4년에 한 번 18명의 학생을 선발해 4년간의 정규교육과 1년간의 인턴십 과정으로 교육합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일반 고교에서 배우는 국어·영어·수학 등 과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단 예술성이 담긴 장인정신을 키워나가는 곳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졸업생의 대부분을 직원으로 채용합니다. 학생들의 적성과 원하는 바, 그리고 능력에 따라 그들의 역량에 맞는 부서에 임명합니다. 평생 할 일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뻔하죠.”

-외국 학생도 받습니까.
“지금까지 외국인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 첫째는 언어의 대부분이 전문용어라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들고 선생들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로 우리는 졸업생들이 브리오니에서 일하기를 원하지 졸업 후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 우리 노하우를 사용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런던의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와도 협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이 명성 높은 학교는 매우 혁신적입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브리오니의 재봉 능력으로 만드는데 이것은 브리오니에게 도전이기도 합니다. 이따금 학생들은 말도 안 되는 옷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는데, 기술적으로 봤을 때 매우 신선하고 자극적입니다. 이렇게 제작된 옷 중 세 점은 브리오니에서 상을 줍니다. 이 학교 외에 밀라노의 폴리 테크니코 대학과도 협력하고 있으며 더 많은 학교와 접촉하려 노력 중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저는 성격상 미래를 얘기하기보다 우리가 한 일을 얘기하는 편입니다만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그룹 PPR에 들어온 만큼 이제까지 이어온 브리오니의 퀄리티와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그룹이 도와주는 유통망을 넓혀 커뮤니케이션 범위를 확장시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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