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鄭씨형제 등떠민 정부 정책일관성 흠집 우려

중앙일보

입력

현대그룹 3형제의 '극적 회동' 과 지원 약속으로 현대건설 해법이 가닥을 잡은 16일 정부와 현대측은 일제히 '주주 손실 없는 합법적 지원' 을 강조했다.
정몽구(鄭夢九)현대자동차 회장과 정몽준(鄭夢準)현대중공업 고문의 현대건설 지원 방침이 알려진 후 두 회사 주가가 동반하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이 심상찮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이끌어낸 현대건설의 다섯번째 자구안은 지금까지 내놓은 네차례의 자구안보다 규모나 실현가능성 면에서 훨씬 큰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정부가 등을 떠밀어 친족 계열.관계사들에 지원에 나서도록 했다는 점은 앞으로 두고 두고 정부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정부.현대, 합법적 지원에 골몰〓17일 발표될 현대건설 자구안이 '위법' 시비에서 벗어나려면 공정거래법상의 절차가 지켜지고 공정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현대건설의 주식이나 부동산을 계열.관계사가 사주는 것은 가격만 공정하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인천제철이 5백억원에 사주기로 한 현대건설의 인천철구공장. 현대건설의 사업부문을 떼어 파는 것이므로 자산가치가 바뀌기 때문에 주주총회를 열어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공인회계사 실사를 거쳐 가격이 적정한지도 검증해봐야 한다.

현대전자가 78%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오토넷은 비상장회사라 시장가격이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아 7백억원이란 가격산정부터 논란을 빚을 수 있다.
또 현대전자의 재산을 파는 것인 만큼 매각대금을 현대건설에 지원하는 방식도 증자나 회사채.기업어음(CP)인수 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회사채 등을 사주면서 금리를 깎아줄 경우 편법지원으로 제재를 받게 된다.

이와 관련,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현대 계열.관계사간)거래가 끝나면 정상가격으로 이뤄졌는지 조사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 재벌정책의 일관성은 흔들려〓정몽구 회장에게 현대건설 지원을 설득했던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공정한 방법으로 지원하라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李위원장은 현대건설이 파국을 맞을 경우 시장충격이 큰 데다 공적자금 투입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 현대그룹 친족들이 나서서 해결해줄 것을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정권출범 후 정부가 줄곧 강조해 온 계열분리와 상호지원 금지 등 재벌개혁의 대원칙을 정부 스스로 어겼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일섭 한국회계연구원장은 "정부 스스로 재벌의 상호지원을 부추긴 것은 앞으로 시작될 재벌지배구조 개선이나 2차 기업개혁 등에 두고 두고 부담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