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23> 112 긴급전화 어디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김민상 기자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당했을 때, 집에 도둑이 들어왔을 때, 학교에서 폭력을 당했을 때 112라는 숫자를 떠올리게 됩니다. 범죄 신고 전화번호죠. 지난해 112 신고 전화는 전국적으로 모두 995만여 건이 접수됐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2700여 건의 신고 전화가 들어온 셈입니다. 112 신고 전화는 1957년 7월 서울과 부산에서 비상통화기가 설치되면서 최초로 사용됐습니다. 현재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국 통합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도입 55년째를 맞은 112 신고 전화번호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주택가 성추행, 신고~검거까지 16분 걸려

27일 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서 경찰관이 신고전화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한 해 284만여 건, 하루 평균 7786여 건의 112 신고 접수를 처리했다. 대형 모니터엔 신고자 위치와 순찰차 위치가 표시된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지난해 5월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의 한 놀이터. 이곳을 지나던 A(12)양은 김모(38)씨가 자신과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를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남자가 뒤에서 갑자기 끌어안자 놀란 아이는 겁에 질려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A양이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단축번호 1번을 길게 누르자 곧바로 112로 연결됐습니다. 지방경찰청의 112 신고센터 모니터에 A양의 위치가 즉각 표시됐습니다. A양은 경찰에 자신의 위치를 즉시 알릴 수 있는 ‘원터치SOS서비스’에 가입해 있었던 겁니다. 이는 경찰청이 시범실시 중인 서비스입니다. 경찰은 즉각 순찰차 4대를 출동시켰습니다. 순찰차가 도착하기 전 경찰은 A양과 통화하며 범인의 인상착의와 도주로를 파악했고, 근처 주택가로 도망치던 김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긴급 체포했습니다. 신고에서 범인 검거까지 걸린 시간은 16분. 이 서비스의 강점은 경찰은 신고자의 위치를 따로 파악할 필요가 없어 출동시간이 그만큼 단축된다는 겁니다. 현재 경찰청은 서울과 경기, 강원 지역 초등학생에 한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앞으로 인원과 장비가 확충되면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합니다. 이 서비스에는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초등학생 49만 명이 가입해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뛰는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날로 진화하는 112 신고 전화는 언제,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요.

 112 신고 전화는 전화기 발달의 역사와 관련이 깊습니다. 전화기가 미국에서 상용화된 1900년대 초에는 현재와 같이 112 번호를 직접 누를 수가 없었답니다. 전화 교환수한테 전화를 걸어서 연결해 달라고 요청해야 했답니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교환수에게 “경찰을 불러주세요” “불이 났어요”라고 다급하게 요청하면 그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교환수가 경찰이나 소방관, 의사를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1930년대부터 번호를 돌려 직접 상대방을 연결하는 전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교환수가 사라졌습니다. 이 때 사람들은 모두가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긴급 전화번호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1937년 영국선 다이얼 누르기 쉬운 999번 채택

세계 최초로 긴급 전화번호를 사용한 나라가 어디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1926년 관동대지진을 계기로 그해 도쿄(東京)와 교토(京都)의 전화국에서 처음으로 긴급 전화번호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전화를 돌리는 시간이 짧은 112번을 채택했다가 착오 접속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119번으로 교체했습니다. 영국은 1937년 긴급 신고 전화를 만들면서 112번이 아닌 999번을 선택했습니다. 지금처럼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 아닌 번호를 돌리는 방식이라 제일 앞 번호인 9번이 야간에 가장 돌리기 쉽다고 판단해서랍니다.

 국내에선 1935년 10월 1일 경성중앙전화국 본국의 전화교환방식이 일부 자동식으로 바뀌면서 119 등 긴급 전화번호가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해방 이후 1957년 경찰청(당시 치안본부)이 서울과 부산에 최초로 112 비상통화기를 설치하면서 신고 전화가 본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경찰청은 이듬해 112 비상 통화기를 전국으로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 기계식 전화기를 많이 사용했던 탓에 112 번호를 바꾸자는 주장도 종종 나왔습니다. 1984년 서울지방경찰청(당시 서울시경)은 112 신고전화를 912로 바꿀 것을 경찰청에 건의했습니다. 오접률이 98.5%에 달해 긴급전화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고전화 100건 중 1.5건만이 진짜였던 셈이죠. 당시 수화기를 거는 후크만 눌러도 1번 다이얼을 누르는 효과가 나와 112번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9번을 돌리는 것이 1·2번을 돌리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지적에 따라 112번을 계속 사용키로 결정됐습니다.

●신고자 위치추적으로 장난전화 크게 줄어

1992년 경찰청은 신고자가 112 번호를 누르면 위치를 알려주지 않아도 출동할 수 있는 체계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했습니다. 신고자의 전화번호가 경찰 컴퓨터에 나타나고 공중전화는 위치까지 나타나는 기술입니다. 이에 따라 112 신고 직후 경찰은 3~5분 안에 현장에 출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장난 신고 전화도 크게 줄었습니다. 당시 일반전화도 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지만 사생활 침해 우려로 보류됐습니다.

 경찰은 1994년에는 순찰차 위치추적 시스템을 이용해 112 신고 전화가 들어오면 가장 가까운 차량에 연결하는 체계도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 앱 도입 … 버튼만 눌러 신고도

지난달 6월 경기도 이천에서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박모(31)씨가 A(19·여)씨를 성추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A씨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112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버튼을 눌러 신고를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신고를 받은 서울지방경찰청은 신속히 신고자의 위치를 확인하고 강남터미널 관할 서초경찰서로 출동명령을 내렸습니다. 최초 신고 뒤 6분 만에 강남터미널 경부선 하차장에 도착한 경찰은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박씨를 검거했습니다. 112 애플리케이션은 서울과 경기, 강원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됩니다.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2만 1000건이 다운로드 됐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인한 오접속 신고도 늘었습니다.

 스마트폰의 긴급통화 버튼이 잠금 상태에서도 저절로 눌러져 사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신고가 되는 경우가 많아진 겁니다. 호주머니에 넣어 만지작거리거나 습관처럼 손에 쥐고 다니다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011년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된 허위·오인 신고는 5만 9413건으로 2010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했습니다.

●산에선 전신주·가로등 번호로 위치 알려

경기도 가평에서는 올해부터 전신주와 가로등 관리번호를 활용한 112 신고 시스템이 운영됩니다. 112 신고를 하면서 전신주나 가로등에 부착된 고유번호를 불러주면 위치를 파악해 가까운 곳에 있는 경찰관이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가평 지역은 산림이 전체 면적의 83%를 차지해 주소나 위치를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전신주와 가로등은 전역에 있고 각각 고유번호가 부여돼 관리되고 있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산간과 농촌이 많은 강원도에서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4개 지방경찰청 사건 공조 시스템 구축

경찰청은 올해 말까지 경찰서별로 운영 중인 전국 112 신고 시스템을 지방청 단위로 통합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112 신고전화는 지방경찰청별로는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새 112 신고 시스템은 경찰청에 전국 통합서버를 두고, 14개 지방경찰청별로 정보 시스템을 보유하는 형태로 구성됩니다. 시스템을 표준화하면 지방청 간 사건 공조가 쉬워지고 스마트폰과 문자메시지(SMS), 사진, 동영상 등 신고 매체를 다변화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고 출동 때는 도착 예정 시간과 출동 경찰관 및 연락처 등을, 사건 종결 후에는 신고 처리 결과 및 문의처를 신고자 휴대전화 SMS로 자동 전송해 주는 시스템도 도입됩니다. ‘길거리뷰’ 기능이 장착돼 신고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경찰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도시의 경찰서에 집중되던 112 신고를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지방·도서 등으로 분산해 신고자가 통화대기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상황이 줄어들게 됩니다. 경찰은 기존 경찰차량 112신고 신속배치 시스템과도 연결해 지방경찰청 간 공조수사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신고자가 소방방재청의 119, 시청의 120(다산콜센터) 등으로 전화해도 바로 경찰청과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됩니다.

독자와 함께 만듭니다 뉴스클립은 시사뉴스를 바탕으로 만드는 지식 창고이자 상식 백과사전입니다. 뉴스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e-메일로 알려주십시오. 뉴스클립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newscl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