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용수 "그라운드 안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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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제 '살아 있는 전설' 에서 '잊혀지지 않는 신화' 로 팬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지게 됐다.

'마운드의 살아 있는 전설' 김용수(40.LG.사진)가 마침내 그라운드를 떠난다.

LG 구단은 14일 팀 체질 개선을 위해 현역 최고령 투수인 김용수를 은퇴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결정은 이광은 감독이 지난 13일 권혁철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김용수의 거취 문제를 논의한 끝에 내려졌다.

이감독은 "세대 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김용수를 은퇴시킬 수밖에 없었다.

본인은 다소 섭섭하겠지만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할 때" 라고 밝혔다.

이감독은 "김용수 같은 대투수를 선발이나 마무리가 아닌 중간으로 뛰게 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

오히려 자신의 기량이 떨어지지 않을 때 운동장을 떠나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일 수도 있다" 고 덧붙였다.

설악산에서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이날 귀가한 김용수는 "아직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으나 구단의 방침이 그러하다면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 며 "올시즌 중간 계투로 보직이 바뀌면서 이미 은퇴를 결심했었다.

다만 구단 사정을 고려해 경기를 뛰었었고, 시즌 종료 후 구단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따를 생각이었다" 고 말했다.

김용수는 올시즌 6승4패4세이브(방어율 5.24)로 다소 부진했으나 포스트시즌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LG의 미들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내년 시즌에도 뛸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LG측은 경헌호.김민기.장준관 등 젊은 투수들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를 계획하고 있어 김용수의 은퇴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한편으로는 김용수의 많은 나이와 관록 때문에 코칭 스태프가 그를 제어하기 어려운 점도 김용수를 은퇴시킨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용수는 정삼흠 투수코치보다 1년 선배다.

김용수는 조만간 구단 지원을 받아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코치 연수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동대문상고-중앙대를 거쳐 1985년 프로에 데뷔한 김은 16년 동안 6백13경기에 출전, 1백26승89패2백27세이브를 기록했다.

투수로는 유일한 6백경기 출전, 1백승-2백세이브 등 대기록을 세웠으며 지난해엔 국내 최초로 영구 결번식(41번)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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