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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누구? "이해찬 너무 과격" "심대평 왔다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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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종시 지역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신진, 민주통합당 이해찬, 자유선진당 심대평 후보(왼쪽부터)가 세종시 관내를 돌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연합뉴스]

27일 오후 세종시 금남면 용포리 대평시장 앞. 새누리당 신진 후보가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명함을 나눠주자 채소를 팔던 김정갑(61·여)씨가 “박근혜랑 같이 하니 잘할 것 같어유”라고 했다. 신 후보는 조치원읍 죽림리에 박 위원장의 ‘천막당사’를 연상시키는 ‘천막 사무실’도 열었다. 사무실엔 역시 박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다.

 같은 날 세종시 연기군 국촌리의 한 건설장비공장에 민주통합당 이해찬 후보가 공장장 여모(57)씨와 마주 앉았다. 이 후보는 “세종시를 제가 처음 기획했습니다”고 말했다. 여씨는 “지역 사람들이 (이 후보가) 오시면 세종시 발전이 더 잘될 거라고 합니다”고 화답했다.

 같은 날 조치원 읍내 신협. 노래교실에 들른 자유선진당 심대평 후보가 “고향사람 찍어주십시오”라며 연신 주부들에게 호소했다. 조치원역 앞에서 만난 유모(65)씨는 “충청도는 아무래도 심대평이여”라고 했다.

 19대 총선에서 신설된 세종시가 이해찬 전 총리, 도지사를 지낸 심대평 선진당 대표 같은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출마와 박근혜 위원장의 지원 등으로 충청권 ‘정치 1번지’로 급부상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12월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교두보를 확보하려 하고, 선진당은 패배 시 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만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격전지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이 후보가 심 후보를 앞서는 가운데 신 후보가 뒤쫓는 형국이다. 그래서 현재의 ‘세종시 전선’은 민주통합당과 선진당 간에 형성돼 있다.

 선두에 나선 이 후보는 “정권교체를 해야 충청이 변방에서 주류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세종시 기획자’임을 강조하며 워싱턴DC 같은 행정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약도 내세운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존재 역시 이 후보에겐 원군이다.

 반면 심 후보는 “충청인들의 천년 한”을 얘기하며 “영호남의 지역패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아들딸들이 더 이상 충청도 ‘핫바지’란 말을 듣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연설 단골메뉴다.

 하지만 최근 이회창 명예선거대책위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내부 분열이 가시화되고 있는 게 악재다.

 지역민심도 그리 선진당에 우호적이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27일 조치원읍에서 만난 주민 박모(75)씨는 “(심 후보는) 왔다 갔다 하잖여. 청와대에서 부른다고 당에도 안 알리고 몰래 갔다오고. 이회창 하고도 싸우기나 하고…”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심 후보를 비공개로 만나거나 총리로 임명하려 했던 것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석상을 운영하는 강모(66)씨 역시 “세종시가 발전하려면 다수당의 힘이 필요하고, 중앙무대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전국적 명망가가 당선돼야 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보에 대한 쓴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홍모(70)씨는 기자에게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는데 다들 의아해하고 있어. 노무현 대통령이 세종시를 한 건 고마운데 이해찬은 너무 과격하잖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당에 실망해 이해찬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기자가 지역 유권자들에게 “선진당에선 이해찬 전 총리와 이회창 선진당 전 대표를 헷갈려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한다”고 하자 이들은 “그걸 헷갈리겠나. 우리가 바보냐”고 발끈했다.

 3위로 처져 있는 새누리당 신 후보는 ‘존재감’이 문제였다. 새누리당은 부산 사상의 손수조 후보처럼 정치 신인을 내세웠으나 지역주민들은 “박근혜는 약속을 지켰지만 박근혜가 도우면 뭐하느냐, 인지도가 너무 없다. ”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을 고수했던 박 위원장에 대한 기억은 또렷했다. 지역주민 김모(60)씨는 “총선 때는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더라도 대선 때는 박근혜를 찍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선진당은 충청인 특유의 투표성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선진당 관계자는“조용하고 신중해서 표심을 잘 드러내지 않다가도 마지막 순간에는 ‘내 표 어디 가남유’라고 하는 게 충청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유진숙 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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