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현대투신 매각 윤곽 잡힐듯

중앙일보

입력

겨울이 성큼 다가섰다. 지난 주말에는 눈소식이 여러 곳에서 들렸다.

바삐 다가서는 겨울 만큼이나 세상도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지난주는 나라 안팎에서 큰일들이 잇따라 터졌다. 좋은 일들이 크게 터졌으면 참으로 좋았겠지만, 현실은 늘 기대를 빗나간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대통령선거. 세계 최강국의 통치권자를 뽑는 선거가 저렇게 꼬일줄 누가 알았겠는가.

당선자 결정이 하루하루 지연되면서 다른 나라들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 주말 나스닥이 연중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아시아국가들의 증시도 파장을 염려하고 있다.

엔화나 유로화의 불안정한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플로리다 부재자투표결과가 공개되는 이번주말까지 미국 대선이라는 악재가 세계경제에 얼마나 상처를 입힐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대내적으로는 역시 거함 대우자동차의 부도와 현대건설의 표류가 두드러진 한주였다.

현재 우리 경제 최대 악재로 꼽히는 두 거대 부실기업의 운명이 미국 대선처럼 꼬이고 있다는 점이 답답하다.

대우차는 노조와 채권단이 곡예같은 힘겨루기를 벌였지만 결국 부도를 피하지 못했다. 법정관리 상태에서 대우차의 해외매각이 제대로 될지 낙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한국의 개발시대를 대표했던 현대건설 역시 하루 하루 살얼음판을 걷듯 부도위기와 싸우고 있다.

시장의 불신을 다소나마 풀어줄 자구책은 결국 지난 주말을 넘겼다. 우애(友愛)차원의 지원을 기대했던 현대자동차마저 등을 돌렸다.

정몽헌회장은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다른 모든 것을 팔아서라도 현대건설을 살리겠다" 고 다짐했다 한다.

현대건설이 주초에 내놓을 자구책이 과연 그의 다짐에 버금가는 수준일지 지켜보자. 국내외 시장이 어떻게 평가해줄지도 주목해봐야할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어두워보여도 절망만이 가득한 것은 아니다. 지난주에 악재들이 많이 터졌다지만 희망을 걸만한 호재도 있었다.

주말에 평양에서 날아온 남북한 경제협력 실무협상 타결소식이 그렇다. 남북한이 투자보장협정이나 이중과세방지협정 등 4개부문 합의안 가서명했다해서 당장 돈다발이 쏟아질 일은 없다.

그러나 남북한 경협의 실질적 장애물 제거작업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경의선 연결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보다 결코 중요성이 덜하지 않다.

역시 주말에 날아든 약사법개정 합의 소식도 이번주 의료계, 약업계의 추인을 받을 경우 분위기 반전을 기대할만한 것이다.

하나.한미은행의 합병 발표가 이번 주중에 이뤄질지도 주목해보자. 두 은행이 합병 발표에 이르게 된다면 시장에는 "뭔가 되가고 있는 것도 있구나" 하는 긍정적인 흐름으로 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현대투신을 미국 AIG그룹에 매각하는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러서 이번주중에는 가부간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