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선족이 조선족에게 던지는 독설

중앙일보

입력

19세기 중반 조선 땅에 몰아닥친 자연재해와 이후 일제 침략으로부터 탈출, 중국과 러시아 땅에 정착하게 된 이들이 바로 조선족.고려인이다.

중국의 조선족들은 6.25 당시 중공군 일원으로 참전해야 했고 러시아의 고려인들은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는 등 우리네 '근현대사의 멍울' 을 상징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조선족에 관한 '코리언 드림' 은 이런 과거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족 3세 비교문화학자가 쓴 신간은 중국 공산화 이후 40여년만에 고국 한국과 만난 뒤 '한국을 통한 돈벌이에 혈안이 돼 흉물스러워진' 조선족 현실을 스스로 발가벗긴 리얼한 내부고발의 책이다.

저자 진원쉐(金文學.38)는 지난해 '한국인이여 상놈이 돼라' 는 책을 통해 한국 사회의 유교적 체면문화의 병폐를 꼬집었던 주인공.

이번엔 주로 조선족을 겨냥해 독설을 퍼붓는다. 그는 최근 감정대립으로 격화되고 있는 한국인 대 조선족의 사기 전쟁을 '20세기말 또 다른 동족상잔' 으로 표현한다. 한국인들도 문제지만 조선족 스스로 반성할 것이 더 많다고 지적한다.

〈20세기 위안부(□)로 추락한 조선족의 여자〉〈남조선을 사기치고 북조선을 팔아 넘긴다〉〈사소한 배신도 습관이 돼버렸다〉등 소제목부터 공격적이다.

조선족 여인들 사이의 매춘을 빗대 "조선족은 개고기와 사람고기를 함께 판다" 는 한족들의 비아냥에 개탄하는가 하면, 조선족이 남한 동포는 거짓말로 속이고 북한 동포에게는 인신매매까지 서슴지 않아 '기남편북(欺南騙北)' 이란 새로운 4자성구까지 만들어졌다고 비꼰다.

또 조선족은 팬티를 입고 사람들 앞에서 재주를 피우는 원숭이처럼 눈치를 보는 데는 천재들이며 중국 문화에도 한국 문화에도 속하지 못한 '박쥐형 문화' 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조선족의 병리학적 기질을 조급.허풍.체면.변덕 등 몇개 유형으로 '요약 정리' 해놓았다.

원인에 대한 역사적.환경적 분석이 치열한 전문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표지 디자인이나 편집이 조악해 눈에 거슬린다.

'남도여창(男盜女娼)' 등 조선족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들이 귀에 거슬리고, 한국인들에게 조선족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든다.

하지만 조선족의 '추악함' 이 다름아닌 '복잡한 역사 속에서 더욱 부풀려진 한국인의 그것' 임을 강하게 인식하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인이여 상놈이 돼라' 의 속편처럼 자기 반성의 계기를 만들어준다.

저자 역시 "조선족의 약점을 들춰내서 폄하하려는 의도로 쓴 글이 아니다" 고 말한다.

오히려 "우리 민족의 아이덴티티는 진정 무엇인가를 찾아내고자 하는 데 주안점을 둔" 글이라는 것이다.

"민족과 나라에 대한 사랑과 이상이 크면 클수록 비판도 엄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는 로버트 케네디의 말까지 인용한다.

중국 선양(瀋陽)출신으로 일본 히로시마(廣島)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한 저자가 이 글과 함께 내놓은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도 3국 생활을 고루 체험한 이력을 바탕으로 화장실 문화에서부터 미의 기준.국민성 등을 비교, 가볍게 읽어볼 만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