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2위 인터넷사, 2천500명 명퇴 추진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케이블 앤드 와이어리스 홍콩 텔레콤(HKT)을 인수, 아시아 2위의 매머드 통신회사로 부상한 홍콩의 퍼시픽 센추리 사이버웍스(盈科數碼動力.PCCW)가 2천500명의 명예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경영 악화로 주가가 하루만에 15% 이상 대폭락, 홍콩 증시의 불안을 가중시킨 PCCW는 10일 1만4천여명의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명보(明報) 등 홍콩 신문들이 보도했다.

명예 퇴직안은 퇴직시 9개월간 월급을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홍콩 재벌 리카싱(李嘉誠)의 차남 리차카이(33.李澤楷)가 이끄는 PCCW는 지난 2월 홍콩 텔레콤 인수 협상 당시 "단기간에 해고 조치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직원들의 감원 우려를 불식시켰으나 지난 8월 양사 합병이 공식 발표된 지 3개월만에 사실상 감원 조치를 내놨다.

PCCW는 하이테크 주가 폭락 등의 영향으로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돼왔다.

PCCW 대변인은 텔레콤 및 인터넷 담당 임원들이 9일 직원 대표들과 만나 대책을 협의했다고 밝히고 이번 조치가 ''자발적인 퇴직''이며 리차카이가 앞서 밝힌 해고 불가 공약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회사측은 조기 퇴직 대상인 2천500명 중 약 250명이 퇴직안을 받아 들이면 보상비 2천900만홍콩달러(한화 약 45억원)만 지급한 뒤 해마다 연간 6천100만홍콩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관측통들은 밝혔다.

PCCW의 한 관계자는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회견에서 명예 퇴직안의 주요 대상들이 텔레콤 부문에서 20여년간 일해 온 고액봉급자들이라고 밝혔다.

입콕판(葉國勳) 직원협의회 회장은 "명예 퇴직안이 해고 행위와 다르지만 이번 일로 전체 직원의 사기가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말하고 "특히 직원 다수가 일손 부족으로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예 퇴직을 추진할 경우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회사측의 명예퇴직안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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