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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데없는 돈 국공채로 몰린다

중앙일보

입력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국공채로만 몰리고 있다.

개인은 물론 금융기관 자금까지 몰리다 보니 국고채나 통화안정증권 같은 국공채는 물량이 달리면서 금리가 연일 폭락(채권가격 폭등)하고 있다.

국고채 금리를 보여주는 3년물 수익률은 10일 오전 한때 6.98%로 7.0% 벽이 깨졌으며, 통안채(통화안정증권) 1년물 수익률은 6.87%로 이틀째 6%대를 기록하고 있다.

◇ 국공채 러시〓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대한투신운용 유희대 채권운용팀장은 "현대건설 사태와 대우차 부도 이후 기업은 믿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자금이 국공채 한곳으로 집중되는 양상" 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김옥천 자금운용팀장은 "은행들은 연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중요한 만큼 대출보다 안전한 국채를 계속 사들일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교보투신운용 윤종은 채권운용팀장은 "투신사들도 고객의 자금이 국공채 펀드로 몰리면서 국공채만 사들이다 보니 돈의 힘으로 금리를 밀어내리는 머니게임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고 밝혔다.

◇ 기형적인 금리구조〓자금이 한곳에만 집중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이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국고채와 비우량회사채(BBB- 등급)간의 금리격차는 올해 초 2.67%포인트에서 10일 현재 4.63%포인트로 두배 가까이 확대됐다.

동양증권 김병철 채권운용팀장은 "전체 채권거래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초 35% 정도였으나 최근 8~9%에 불과하다" 며 "금리는 둘째치고 수요가 없다 보니 대부분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 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도 고민이 크다. 신한은행 최성조 자금부차장은 "정기예금 금리(7.2~7.5%)보다 국고채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예금으로 국고채를 사는 은행들이 역마진을 보게 됐다" 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시장 왜곡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금융.기업구조조정을 빨리 마무리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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