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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처음 만난 중앙아시아 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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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통영국제음악제에 초대된 아티옴 킴은 다양한 악기를 만든다. “모든 물건에서 나는 소리는 조금씩 다르다”는 킴의 앞에 금속 막대를 붙여서 만든 타악기 레조넌트(resonant)가 보인다. [사진가 최명만]

지휘자 겸 작곡가 아티옴 킴(Artyom Kim·36)은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학교 20번’을 졸업했다. 사회주의 문화가 남아 있는 우스베키스탄에서 학교는 번호로 불리고, 20번 학교는 음악을 가르친다. 연주자 12명의 ‘옴니부스 앙상블’을 이끌고 있는 킴이 23일 개막한 통영국제음악제에 중앙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초청됐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통영음악제에 고려인 출신 중앙아시아 음악가가 연주한 것은 처음이다. 숙소에서 리허설 중인 그를 만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시베리아 동부 연해주로 건너갔었다.

 -옴니부스 앙상블은 언제 만들었나.

 “2004년 여름 결성됐다. 옴니부스는 라틴어로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동양과 서양을 오가면서 중앙아시아 음악 중에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는 곡을 연주하고 있다.”

 -러시아 음악은 통영에서 많이 소개됐다.

 “우즈베키스탄의 음악은 열정의 음악이다. 아라비안 음악하고 닮았다. 이란·인도 음악하고 비슷하지만 차이코프스키 등이 만든 러시아 음악과 많이 다르다. 내가 만든 음악은 우즈베키스탄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다.”

 킴은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러시아 출신 작곡가들이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해 중앙아시아 음악 발전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스탈린은 1937~40년 러시아에서 거주하던 고려인·독일인 등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시켰다.

 -옴니부스 앙상블이 추구하는 음악은.

 “우즈베키스탄 음악에 기반을 둔 우리들만의 음악을 연주하려고 한다. 그래서 중앙아시아 전통 음악을 공부하고 새로운 악기를 만들기도 한다. 한국에도 중앙아시아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서 왔다.”

 -한국에 온 건 처음인가.

 “그렇다. 통영에 오니 어딜 가나 나와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뿐이어서 ‘뭔가 연결되어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바다가 없는 내륙이라 바닷가 음식 먹기가 힘든데 이번에 많이 먹고 가려고 한다.”

 올 통영국제음악제는 ‘소통’을 주제로 29일까지 이어진다. 동양과 서양의 음악가가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올해의 특징이다. 킴이 초청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개막 공연에선 예술감독 알렉산더 리브라이히의 지휘로 통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후쿠시마와 쓰나미 희생자들을 위하여’라는 곡을 세계 초연했다. 작곡가 윤이상의 제자인 일본 작곡가 도시오 호소카와의 작품이다. 음악제 예술감독인 알렉산더 리브라이히는 공연 전 기자회견에서 “동양과 서양의 작곡가와 연주자들이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2시에는 통영시 윤이상기념공원 메모리홀에서 작곡가 베아트 푸어와 도시오 호소카와의 곡들을 팀프(TIMF) 앙상블이 연주한다.

27일 오후 7시에는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상트 페테르부르크 카펠라 합창단이 러시아 종교음악 등을 부른다. 055-642-8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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