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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오마이뉴스 등…종이 없는 신문으로 승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스 서비스, 실속 사업으로 부상

‘조선일보·KBS·MBC…, 오마이뉴스’.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0개 분야 전문가 1천31명을 대상으로 벌인 언론의 영향력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10위에 ‘오마이뉴스’가 오른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순수 온라인 매체, 게다가 생긴 지 10개월도 안된 신참이다.

IT전문 인터넷 신문 아이뉴스24 이창호 대표는 올해를 ‘온라인 신문 원년’이라고 표현한다. 올 1월 1일 서비스를 시작한 신문 머니투데이를 필두로 아이비즈투데이(2월 1일)·오마이뉴스(2월 2일)·아이뉴스24(3월 1일)·이데일리(3월 28일)·코리아인터넷닷컴(9월 1일) 등이 앞다퉈 창간했기 때문이다. 이 ‘종이 없는’ 신문을 이끄는 수장들은 예외없이 ‘종이 신문’ 출신이다.

“서비스 시작한 지 고작 7개월이지만 빠르게 자리잡았다고 자평합니다. 이전에도 인터넷 신문이 있었지만, 취재를 통해 대외적으로 신뢰받는 뉴스를 보도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아이뉴스24 이창호 대표는 온라인 신문에 너무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여러 개가 동시에 생겨서 얻는 상승효과가 더 크다”며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공신력있는 ‘매체’로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최근 전자화페 발행업체 이코인이 미국인 2천7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콘텐츠 구입 비용을 가장 많이 쓰는 분야는 뉴스 서비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증권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온라인 신문들은 뉴스 서비스가 실속있는 인터넷 사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서울경제 편집국장을 지낸 류석기 대표와 한국일보 논설위원이었던 홍선근 대표가 이끄는 머니투데이가 대표적이다. 지난 해 9월 설립, 올 1월 1일 서비스를 시작한 머니투데이는 국내 최초의 금융·증권 분야 뉴스 사이트다.

1일 페이지뷰 1백50만, 하지만 이 수치로 머니투데이 뉴스 정보를 보는 사람을 헤아릴 수 없다. 머니투데이는 삼성·현대 등 15개 증권사와 다음·야후 등 8개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증권관련 25개 사이트, 경향신문·영남일보 등 오프라인 신문, SDN 등 케이블 방송사에 뉴스를 판매하고 있다. 류석기 공동대표는 “내년 상반기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뒤, 2003년에는 코스닥 등록과 연매출 1백억 달성을 이룰 것”이라고 밝힌다.

서울경제신문 출신 최창환 대표가 이끄는 이데일리 역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해외 통신사들이 한국의 경제 뉴스를 소개할 때 이데일리의 기사를 선택합니다. 빠르고 정확한 뉴스를 제공하겠다는 저희 목표가 인정받고 있다고 봅니다.”

이데일리는 011, 018 등 이동통신과 블룸버그, 로이터와 같은 해외 유수 통신사에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정보 관련 온라인 매체들은 뛰어난 인적 자원을 자랑한다. 머니투데이의 경우 43명의 취재인력를 가지고 있는데,이중 19명이 오프라인 기자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4명의 신입기자는 ‘오프라인’ 신문사에 지지 않을 자체 교육을 거쳐 현장에 투입된다. 이데일리도 국내 10개 언론사에서 5년 이상 경력을 쌓은 베테랑 기자들로 구성돼있다. “고작 36명의 기자가 하루에 4백 건에 달하는 기사를 소화합니다. 이전 신문사 체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금융 같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빠르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불가능’한 일이 언론사에서의 오랜 경력을 닦은 CEO들에 의해 실현되고 있다.

게릴라 기자 6천명, 전국 PC방이 편집국

11월 1일 오마이뉴스에는 6천번째 기자가 탄생했다. 오마이뉴스식으로 말하자면 ‘6천번째 뉴스 게릴라’다. 월간 ‘말’지 기자로 재직했던 오연호 대표는 “다른 온라인 매체들과 오마이뉴스는 출신이 다르다”고 말한다. 오마이뉴스에는 오프라인, 특히 일간지 출신이 없다. 기사의 종류도 상상을 뛰어넘는다. ‘오늘 우리집 강아지가 죽었다’는 얘기도 머릿기사가 될 수 있다는 이른바 ‘오연호식 기사쓰기’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 10월 13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대 앞 농성사건’때 오마이뉴스의 진가가 드러났다. 오마이뉴스는 14시간의 대치상황을 다음날 새벽 1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생중계했다. 이날 조회수는 17만4천 건, ‘게릴라 기자’들이 올린 관련 글은 9백 개에 이르렀다.

“상근 인원은 스무명 안팎이지만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린 6천명의 네티즌이 모두 기자고, 전국의 PC방이 편집국”이라는 오대표의 말이 실감나는 사건이었다.

새로운 매체를 들고 온라인 언론계를 노크하는 기자 출신 신참 CEO들도 여럿이다.

조선일보 경제부 출신의 예병일 대표도 그 중 하나다. 예병일 대표는 9월 서비스를 시작한 IT 전문가를 위한 뉴스·컨설팅 서비스업체인 코리아인터넷닷컴을 이끌고 있다. “4월에 이미 벤처 거품이 사그라들 조짐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경제에 IT의 비중은 늘면 늘었지 결코 줄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문사 울타리를 박차고 나왔다. 정식 오픈 한 달, 아직 성과를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내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한 때 IT업계에서는 공대 출신 CEO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죠. 하지만 CEO는 기술 개발자가 아니고 경영자이기 때문에 마케팅과 관리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경쟁력 있다고 봅니다.”

예대표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 경제부처를 주로 취재했지만 ‘IT전문가’를 위한 서비스 제공도 자신 있다는 얘기다.

현재는 ‘IT칼럼니스트’라는 직함에 만족하지만 전 서울신문 기자인 손형국씨도 창업 준비생이다. 딱딱한 IT정보를 부드러운 에세이로 풀어내는 IT 에세이(http://www.itessay.com)를 시험 가동 중이고, 몇 달 안에 ‘It Newsline’이라는 이름을 걸고 IT전문 매체를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독특하고 전문적인 뉴스를 전달하는 사이트들에는 ‘기자’ 출신 CEO가 빠지지 않는다. 중앙일보 현직 기자인 이석봉 대표는 ‘대덕넷’ CEO이기도 하다. 이대표는 대덕밸리 8백여개 기업과 연구소에서 나오는 뉴스를 대덕 밖으로 나르는 역할을 자청했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최득룡 대표가 이끄는 ‘아이비즈투데이’는 그간 해외 정보에 목말라하면서도 ‘언어’ 때문에 한계를 느끼던 업계 종사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비즈투데이는 미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샌호제이 머큐리뉴스, LA타임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AP통신, 이그재미너 등 7개사와 제휴해 실리콘밸리의 최신 뉴스를 한글로 제공한다.

종이도 없고, 마감도 없는 온라인 신문. 언론사 출신 CEO들은 “차라리 마감이 그립다”고 어려움도 호소하지만, 새로운 미디어를 개척한다는 열정에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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