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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가진 자 횡포…굴복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출판사들의 도서 공급중단 결의로 인터넷서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객에게 전과 다름없이 원하는 책을 공급하기 위해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고 있다.

출판사들이 이토록 인터넷서점에 어려움을 주는 이유는 인터넷서점의 할인판매가 출판유통을 망치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아래는 어느 인터넷신문에 올려진 이 사태에 대한 독자의 의견이다.

‘인터넷서점이 생긴 이후 책 구입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최소 5배 이상은 될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인터넷서점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책을 소개하고 판매한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인터넷서점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도서정가제를 지킬 것인가, 인터넷서점을 지킬 것인가 양자 택일을 하라면 난 두말없이 인터넷서점을 지키자는 쪽이다.’

인터넷서점은 책을 사랑하는, 그러나 일상에 바쁜 직장인과 주부들에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서점은 책과 정보기술의 결합으로 잃었던 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인터넷서점은 서점에 갈 소비자를 빼앗아가는 사업이 아니라, 1년에 책 한 권 보던 사람이 다섯 권 열 권 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파이를 나눠 먹자고 하는 사업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자고 하는 사업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서점의 등장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누굴까. 일단 동네서점을 떠올려 보자. 동네서점의 퇴조는 인터넷서점 등장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더구나 동네서점 매출의 절반을 넘는 중고생 참고서를 인터넷서점은 판매하지 않는다.

인터넷서점이 동네서점의 경영 악화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 강변이 되겠지만, 동네서점 퇴조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지역 중형서점이나 시내 대형서점을 선호하는 소비 패턴의 변화에 있는 것 같다. 인터넷서점의 할인판매를 막는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출판사도 인터넷서점과 이해가 상충되지 않는다. 출판사 경영자들에게 유통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열이면 열, 어음과 반품’이라고 답할 것이다. 출판사 경영자와 영업자들의 소원이 있다면 그것은 어음과 반품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것이리라. 인터넷서점은 이 전근대적 관행들과 깨끗이 결별함으로써 출판유통의 안정화에 기여했다.

올 여름까지 인터넷서점과 출판사들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초 한 대형서점의 대표이사가 50개 주요출판사 대표자들을 불러서 “인터넷서점의 할인판매를 계속 방관하면 우리도 할인판매를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이 상황급전의 계기가 되었다. 대형서점의 입장에서는 급격히 성장하는 인터넷서점의 위세가 자칫 서적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 같다.

그 후 상황은 날로 악화되어 1백80여개 출판사의 인터넷서점에 대한 공급중단 결의, 5개 주요 도매상의 인터넷서점에 대한 공급중단 결의, 인터넷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출판사들의 책을 매장에서 빼버리자는 대형서점들의 결의가 이어졌다. 이러한 결의들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로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이다.

도서 전자상거래에는 오프라인에서와 달리 불가피하게 우송료가 발생하며, 추가적인 우송료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전자상거래의 기본이다. 때문에 국내의 모든 인터넷서점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할인판매를 실시해왔다.

현재 출판인회의는 책값을 정가대로 받는 대신 독자에게 10% 이내의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타협안’을 받아들이면 공급을 재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할인방식을 택할 것인지와 몇 퍼센트의 할인을 할 것인지는 인터넷서점이 수익성과 고객관계를 고려하여 판단할 고유의 영역이다. 생산자인 출판사가 소매상의 판매방식에 대해 이런 방식은 안되고 저런 방식으로 해야 하며, 몇 퍼센트로 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상거래의 상식에 어긋난 행동이다.

인터넷서점의 할인판매는 공정거래법에 부합하는 합법적인 상행위이다. 그 옳고 그름에 대한 토론과 개선의 노력은 환영하나, 힘으로 밀어붙여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사람들에게 굴복할 수야 없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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