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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찰리의 천사들' 대박

중앙일보

입력

최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 극장에서는 제임스 딘 주연의 〈이유없는 반항〉 개봉 45주년 기념 상영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이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중 생존자들(주연들은 다 죽어 모두 조연이긴 했지만)이 함께 해 상영 후 관객들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제임스 딘이 처음 스크린에 나오자 박수갈채를 터뜨렸다. 이 미술관은 현재 캘리포니아 예술전을 대규모로 열면서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한 누아르영화제를 열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미워할 수 없는 불량배 역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배우 제임스 캐그니 주연의 〈화이트 히트〉(1949)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스승으로 모신 돈 시겔 감독의 액션영화 〈라인업〉(1958)이 동시 상영됐다.

중년 이상의 관객들이 많았는데 역시 캐그니의 인상적인 연기, 유명한 장면 등에서는 어김없이 박수가 터졌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영화 애호가라면 이런 광경을 수시로 접한다. 할리우드는 이처럼 끊임없이 지나간 스타들을 되살리고, 또 관객들의 추억을 재생산하고 있다.
이번 주의 화제영화는 단연 〈찰리의 천사들〉(원제 Charlie's Angels)이다.

첫주말 4천만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이 영화는 관객의 55%가 여성인데다 연령층도 20대는 물론 30대 이상까지 고루 퍼져있어 10대 청소년층 위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경향과는 다른 현상을 보였다. 70년대말 인기를 모았던 TV시리즈를 현대판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주로 30대층인 우리 영화학과 대학원 학생들도 월요일 점심식탁에 둘러앉아 '찰리의 천사들' 을 소재삼아 어렸을 적 본 TV의 추억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비평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지만 〈찰리의 천사들〉의 경우엔 작품성과 상관없이 보기에 즐거운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어렸을 적 추억 때문이다.

〈찰리의 천사들〉과 함께 〈6백만불의 사나이〉 〈소머즈〉이야기도 나왔다. 그러고 보니 어릴 적 우리나라 TV에서 꽤나 많은 미국 시리즈들을 상영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 동창들과 어느 정도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끊임없이 추억을 되살리는 현실은 부러웠다.

영화는 물론 〈아이 러브 루시〉등 고전 TV시리즈를 상영해주는 케이블채널을 보면서 한국 연속극과 한국영화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아씨〉, 서영춘 구봉서의 코미디영화, 〈마부〉같은 고전걸작들, 〈용가리〉와 〈홍길동〉…. 이미 영원히 잃어버린 추억들도 많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우리 모두가 '추억을 잃어버린 국민' 이 되기 전에 영화유산의 보존과 상영을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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